[세월호 침몰 참사] 컨트롤타워 부재로 구조작전 지연 ‘판박이’
입력 2014-04-23 02:15
3년 전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이하 백서) 발간에 참여했던 자문단과 집필진은 천안함 피격사건 후 지적됐던 고질적인 문제들이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도 고스란히 되풀이됐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사고 발생 초기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신속한 구조작전이 지연된 것은 천안함 사건과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자문단으로 백서 발간에 참여했던 차두현 전 청와대 국가위기상황팀장은 “사고 발생 후 비상대책기구 등이 구비되면 컨트롤타워가 역할분담을 명확하게 정해줬어야 한다”며 “그게 안 되니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고 구조자 수가 이중 계산되는 어이없는 일까지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다시 백서를 내야 할 지경”이라며 허탈해했다.
역시 백서 자문단이었던 남영준 중앙대 교수는 “이런 사건이 발생할 경우 실종자는 어디서 담당하고, 현장파견은 어디서 맡고, 민간잠수부들은 누가 컨트롤할 것인지 등 모든 상황에 대한 연습이 정부 내에서 시스템적으로 진행됐어야 하는데 평소 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골든타임(golden time·생존 가능성이 높은 72시간)’을 놓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작은 정부’를 추구했던 이명박정부 시절 차관급 기구였던 ‘비상기획위원회’가 현 안전행정부 산하의 국 단위로 격하됐다”며 “힘이 없으니 평소 연구도 부족했고,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993년 서해 페리호 사고와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등 비슷한 해상 사고가 이어졌는데도 대응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게 이번 참사를 악화시킨 요인이란 지적도 나온다. 차 전 팀장은 “미국이 9·11테러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즉시 연결 가능한 전문가들의 네트워크 구축이었다”며 “우리도 이와 같은 위기관리체계를 만들어 평소에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대응 안전한국’ 등 일부 훈련이 실시되지만 일반인이나 실무자들만 연습한다”며 “판단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참여해 비상시 조언할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서 집필에 참여했던 장삼열 군사편찬연구소 국방사부장은 “백서의 지적사항들이 제대로 개선되지 못한 부분은 아쉽지만 이제부터라도 정리를 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부장은 “앞으로는 희생자에 대한 예우와 유가족 관리가 핵심”이라며 “정부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후속조치를 서둘러 가족 의 2차 피해 등 또 다른 불행한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