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학부모들 패닉… 일부 시신 부검 신청
입력 2014-04-23 04:12
세월호 침몰 1주일째인 22일 100번째 시신이 인양되면서 자녀의 생환을 기대했던 학부모들 표정에는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간절한 기도와 염원을 담아 참석했던 각종 종교모임에도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부는 자녀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신청키로 했다.
실종자 가족 대표단은 22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사망자 가족들의 신청을 받아 부검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1일 수습된 단원고 학생 A양의 시신이 거의 부패되지 않은 채 발견되자 부검을 통해 ‘사망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침몰 뒤 생존해 있던 기간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정부의 늑장 구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A양 가족은 이미 부검을 요청한 상태다. 대표단은 “부검을 통해 구조 지연 등으로 숨진 게 드러나면 반드시 정부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사망자 가족은 관할 담당검사에게 부검 신청을 할 수 있다. 부검은 이송된 병원에서 이뤄지며 가족이 선택한 의사가 부검 현장에 입회할 수 있다. 사고 이후 가장 많은 시신이 인양된 이날 팽목항에는 유족들의 오열이 끊이지 않았다. 오전 9시30분쯤 100번째 발견된 시신의 인상착의가 팽목항에 설치된 화이트보드에 적혔다. 174㎝에 통통한 체격, 계란형 얼굴에 단발머리…. 왼쪽 윗입술 옆과 왼쪽 관자놀이 옆에 점이 있는 이 소녀는 이마에 여드름이 났다고 했다.
1시간 뒤 이 학생이 포함된 시신 4구가 선착장에 들어왔다. 1주일을 기다린 학부모들은 패닉 상태였다. 오랜 기다림에 지쳐 자신의 자녀이길 바랐다가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릴 수 없어 아니기를 기도했다.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 B씨도 딸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러 이곳에 왔다. 그는 “꾸미는 것도 싫어해서 액세서리도 안 사줬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귀걸이든 뭐든 다 해줄 걸 그랬다”고 말했다. 액세서리가 없어 딸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할까 우려해서다. 시신 확인을 위해 천막 안으로 들어갔던 B씨는 4구 중 하나가 딸임을 확인하고 눈물을 쏟으며 떠났다.
사고 발생 이후 계속됐던 현장 기도모임 등에는 더 이상 실종자 부모들이 보이지 않았다. 한 자원봉사자는 “처음 며칠은 이 곳에서 우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제 ‘(살아서 오는 게) 어렵지 않겠나’라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팽목항에는 시신이 대거 인양될 경우에 대비해 180구를 수용할 수 있는 임시안치소도 마련됐다. 목포 한국병원과 중앙병원 등 거점병원들도 컨테이너형 임시 냉동 안치소 등을 긴급 증설했다.
진도=김유나 기자, 목포=김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