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날개 단 현대證 체크카드… 업계는 시큰둥

입력 2014-04-23 03:06


최근 카드업계에서 난데없이 현대증권이 화제가 되고 있다. 현대증권이 내놓은 ‘able체크카드’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숱한 경력의 카드사들을 긴장시키며 고객을 빨아들이고 있지만 정작 다른 증권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22일 현대증권에 따르면 이날까지 able체크카드에 가입한 고객은 11만5000여명이다. 지난 2월 4일 출시 이후 닷새 만에 1만명이 가입한 이후 가파른 상승세다. 이런 추세라면 연내 50만 고객 확보가 꿈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소비자의 반응이 좋은 이유는 기존 카드사의 신용카드 못지않은 혜택에 있다. able체크카드는 우선 선택 할인으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무려 15%를 깎아준다. 택시나 KTX 이용이 잦은 고객이라면 교통 할인을 골라 역시 15%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금리가 없다시피 하는 은행 통장과 달리 최고 연 4.1%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이용하는 것도 장점이다.

현대증권의 체크카드 돌풍에 대해 증권업계에선 불황을 이겨낼 묘안(妙案)은 아니라고 말한다. 고객을 위해 다양한 혜택을 주다 보니 체크카드로 이득을 보기는커녕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연회비가 없는 체크카드는 1% 남짓한 결제 수수료가 이득의 전부여서 대다수 카드사가 이렇다할 혜택을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최근 카드를 출시한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은 혜택 없이 결제기능만 있는 현금IC카드를 출시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증권의 무리한 체크카드 운용이 ‘매각’을 앞둔 특수성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모아야 좋은 조건에 매각될 수 있기 때문에 출혈을 견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증권사들이 따라갈 만큼 매력적인 사업아이템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증권 관계자는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하는 건 맞지만 ‘출혈’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카드로 인해 모인 신규 고객이 절반에 달해 오히려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