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첫날부터 우왕좌왕하더니 사고현장서 사라진 안행부
입력 2014-04-23 02:51 수정 2014-04-23 10:34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 현장에서 재난안전 관리를 총괄하는 안전행정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안행부가 중심이 돼 구성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사고 초기 여러 차례 혼선으로 신뢰를 잃으면서 사고 수습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안전 컨트롤타워를 자임했던 주무부처가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고 수습 현장에서 사라진 안행부=올해 2월부터 시행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의 핵심은 안행부가 사회재난 대응의 총괄 기능을 하고, 이를 위해 범정부 재난안전 관리 컨트롤타워인 중대본을 안행부에 설치하는 것이다. 중대본부장은 안행부 장관, 차장은 안행부 2차관이다.
중대본은 출발부터 불안했다. 침몰 사고 신고 접수 후 53분이 지나서야 늑장 가동됐다. 특히 사고 첫날부터 구조자 수를 수차례 오락가락 발표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재난 대응을 총괄하는 중대본이 흔들려 국민의 불신만 높아지자 정부는 급기야 법적 근거도 없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를 급조해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실종자 수색 등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 설치된 중대본은 현지 사고 수습대책본부에 본연의 업무를 위임한 채 지켜보는 신세로 전락했다. 중대본이 하는 일은 각 기관이 보고하는 각종 재난 수치를 집계해 발표하고 언론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거나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고작이다.
◇무늬만 ‘안전’행정부=박근혜정부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이전 정부의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명하고 직제 개편을 단행했다. 하지만 직제 개편은 허울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신이었던 행안부의 안전 관리 부서는 재난안전실 산하에 재난총괄관리관, 안전기획관, 비상대비기획관으로 1실3관 체제였다. 새 정부는 지난해 2월 안행부를 출범시키면서 안전관리본부를 신설하고 그 아래에 안전정책국, 재난관리국, 비상대비기획국을 뒀다. 재난안전실을 살짝 격상해 안전관리본부로, 관을 국으로 바꾼 게 전부였다. 안행부 본부에서 근무하는 전체 직원 1215명 중 안전관리본부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133명으로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안전 분야에 배정된 예산도 지방교부금을 제외한 실질적 예산 약 4조6000억원의 4% 정도에 불과하다. 안전에 최우선을 두겠다면서도 선임차관인 제1차관은 행정 담당이 맡고 있다.
◇행정 전문가가 안전 담당=안행부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인적 구성도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대표적으로 안행부에서 안전을 총괄하는 이경옥 2차관은 안전 관련 업무 경력이 부족한 지방자치 전문가다. 중대본 총괄조정관을 맡았던 이재율 안전관리본부장도 경기도 부지사를 지낸 행정 전문가다. 물론 강병규 장관도 행정 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부처 내부에선 안행부가 세종시로 내려가지 않기 위해 ‘안전’을 내세웠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부처 이전 당시 안행부는 대통령 의전을 담당한다는 이유로 서울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부처 공무원은 “안행부가 공무원 사회에서 슈퍼 갑(甲)으로 군림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안행부에서도 다른 정부부처의 조직, 인사를 주무르는 행정 쪽으로 가려 하지 안전을 담당하는 부서는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모규엽 최정욱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