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그 평온했던 서남해안… 잇단 대형사고로 ‘不眠島’ 되다

입력 2014-04-23 02:40

평온하던 서남해에 올 들어 대형 사고가 빈발해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송유관 파손으로 여수 청정해역이 온통 기름띠로 뒤덮였고, 해안지역 산업단지에서 폭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데 이어 세월호 대참사까지 일어났다.

서남해에 첫 암운을 드리운 기름유출 사고는 설날인 지난 1월 31일 오전 발생했다. 전남 여수 낙포동 GS칼텍스 원유 2부두로 진입하던 16만4000t급 싱가포르 유조선 우이산호가 무리하게 접안을 시도하다 원유이송 송유관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송유관이 파손되면서 기름이 바다어장으로 마구 쏟아졌다. GS칼텍스 측은 유출된 기름량에 대해 오락가락했다. 당초 164㎘라고 하더니 최종 754㎘로 5배나 늘어나면서 어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바지락과 새조개, 꼬막을 양식하거나 낙지, 주꾸미 등을 잡아 생활하던 여수 신덕마을 240여 가구 600여명 주민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

지난 4일 여수 거문도 남동쪽 공해상에서는 북한 선원 16명을 태우고 청진항을 떠난 4300t급 몽골 선적 화물선 ‘그랜드 포춘1호’가 침몰했다. 이로 인해 북한 선원 중 2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됐다.

여수산단에서도 폭발·붕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월 19일 낮 여수 낙포동 금호 티앤엘(T&L)에서는 발전용 유연탄 7만t을 저장하는 60여m 높이의 저장고(사일로)가 무너졌다. 같은 달 5일에는 한국화약 여수사업장에서 임시보관 중이던 기폭화약 18.1㎏이 폭발했다. 다행히 연쇄폭발이 발생하지 않아 이 일대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12일에는 이 사고의 원인 감식에 나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김모(53) 실장과 여수경찰서 과학수사팀 임모(43) 경사가 화약 시료를 채취하던 중 다시 폭발이 일어나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전남지역 22개 시·군 가운데 서남해를 낀 곳은 16개다. 전체 인구 190만6000여명 중 84%인 159만여명이 서남해의 어장에 의존해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진도 주민들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재앙이 잇따라 일어나 살맛이 나지 않는다”며 “더 이상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진도 해상 침몰 사고’라고 지칭하지 말고 그냥 ‘세월호 침몰 사고’로 불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진도 주민 최이범(49)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서남해가 세월호처럼 좌초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목포=장선욱 김용권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