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꿈 실은 ‘작은 거인’… 날개 돋친 ‘1t 트럭’의 경제학

입력 2014-04-23 02:29


1t 트럭인 현대자동차의 ‘포터’(사진)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지난달 9488대가 팔려 단일 차종으로 월간 판매 1위를 기록했다. 2월에는 7486대 판매로 2위였다. 경기 회복과 생계형 자영업자 증가라는 최근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포터는 그동안 수요가 꾸준하던 차종이다. 지난해 월 평균 7669대가 팔렸다. 하지만 그랜저 쏘나타 아반떼 등 베스트셀링카 판매량을 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지난해 3월의 경우 아반떼 8346대, 쏘나타 8102대, 그랜저 7966대가 팔릴 때 포터는 7234대가 판매됐다. 그럼에도 지난달 그랜저(8003대) 아반떼(7578대) 등을 제치고 포터가 1위에 등극한 것은 수요에 큰 변화가 있음을 의미한다. 포터는 주로 화물을 운송하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사용한다. 대부분 3인승(1종은 6인승)이고 가격은 1365만∼1883만원이다.

정부는 포터 판매량 증가를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대형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더불어 소상공인이 주로 사용하는 1t 트럭 판매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3% 증가한 것은 긍정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비슷한 분위기가 시장에서도 번지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 중부센터 조영룡 주임은 “장거리 퀵서비스나 꽃배달에서 1t 트럭 수요가 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운송할 화물이 많아진다는 건 경기가 좋은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사실상 생산이 중단된 한국지엠의 ‘라보’ 수요를 포터가 대체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지난달 라보는 9대, 다마스는 1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달에는 각각 718대와 942대가 판매됐다. 한국지엠은 오는 7월부터 라보와 다마스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다. 그때까지 소형 트럭과 소형 승합차 공급에 공백이 불가피하다.

현대차는 최근 라인 조정으로 생산량을 늘린 게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고 파악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포터는 3개월 넘게 기다려야 한다. 생산을 늘리면 바로 판매가 늘어나는 차”라고 설명했다.

포터를 찾는 사람은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논란이 된 ‘푸드트럭’에 포터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상반기 안으로 푸드트럭 개조를 합법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소형 트럭 수요 증가가 반드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소형 트럭을 이용한 창업이나 운송에 나선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안정적 일자리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다. 경기 회복에 따른 ‘낙수’가 사회 곳곳으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t 트럭 소유자 가운데 상당수는 전 재산을 차에 투입해 차와 함께 움직이지만 큰 수입을 거두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