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해운 선박 수선비 비중 4.81%로 급감

입력 2014-04-23 02:22


세월호의 선사(船社) 청해진해운이 비용 절감을 위해 노후한 세월호를 제대로 수선하지 않고 운항을 개시했다는 의혹이 인다. 지난해 청해진해운이 보유한 선박 자산은 사상 최대로 급증했지만, 선박 장부가액 대비 수선비 비중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여객 안전에 직결된 부실점검과 선박 임의 구조변경 파문에 이어 해운사의 ‘수선비 아끼기’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가 22일 청해진해운의 선박 장부가액과 선박 수선비 현황을 파악한 결과 지난해 청해진해운은 선박 자산 가치가 240억4567만원에 달한다고 금융 당국에 신고했다. 1994년 건조된 노후선박 세월호를 사들이면서 2012년(78억7723만9000원)에 비해 자산 가치가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청해진해운이 지난해 선박 수선에 투입한 비용은 11억5583만3812원으로, 선박 자산의 가치가 3분의 1 수준이던 2012년(10억1073만5490원)에 비해 의미 있게 늘지 않았다.

선박 수선비와 선박 장부가액을 비교해 보면 선박 수선비 아끼기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청해진해운이 보유 선박들에 지출한 수선비는 2009년 선박 장부가액의 26.29%였다. 하지만 이 비중은 2010년 22.29%를 기록한 뒤 2011년 10.89%로 급감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4.81%로 추락했다.

2007년부터 줄곧 20%대를 나타내던 수치가 2011년부터 급감해 한 자릿수로 추락한 것에 대해 회계업계의 시각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회계에 정통한 금융권 전문가는 “운송·화물수익이 장기 진행기준에 의해 인식되는 만큼 수선비는 부분적으로 나중에 처리될 수 있다”면서도 “비중 축소가 너무 눈에 띄는 만큼, 써야 할 비용을 쓰지 않은 상황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노후 여객선이 된 세월호에 적정한 수선비가 투입되지 못했다는 지적인 셈이다. 불황을 맞은 해운사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마저 나온다. 한 회계 전문가는 “세월호 매입으로 자산 가치가 크게 늘어난 반면 수선비의 비중이 오히려 줄었다면 세월호의 상태는 별다른 수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수치들은 조금씩 드러나는 세월호의 진실과 극명히 엇갈린다. 산업은행이 2012년 10월 청해진해운에 100억원을 빌려줄 때, 청해진해운은 세월호의 개보수 비용으로 무려 30억원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다. 세월호의 전 기관사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세월호 조타기 등 곳곳에 기계적 결함이 있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