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오늘도 내 딸 기다립니다, 눈물로 함께 기도하며…”
입력 2014-04-22 18:36 수정 2014-04-23 03:21
진도실내체육관 교계 봉사 현장 르포
22일 오전 6시.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 사고 7일째를 맞는 현장은 며칠 전과 달리 무거운 정적만 흘렀다. 300여명의 가족들은 방송이 흘러나오는 대형 스크린에 멍하니 시선을 고정했고 조간신문을 읽는 사람도 있었다. 몇몇 가족은 대책을 논의했고 일부는 구조 소식을 기다리다 지쳐 쪽잠을 청했다.
잠시 후 조용했던 체육관에 노랫소리가 들렸다. ‘내 기도하는 그 시간∼.’ 남성 6∼7명이 부르는 찬송이었다. 근원지는 체육관 바깥에 설치된 진도군교회연합회(회장 문명수 목사) 천막. 진도산월생명교회 장명석(55) 목사와 자원봉사자들이 찬송을 부르고 있었다. 소리는 이른 아침 정적을 깨우며 주위로 확산됐다.
5분쯤 지나자 실종자 가족으로 보이는 여성 3명이 천막 안으로 망설이듯 들어왔다. 이들은 찬송 두 곡을 더 불렀고 장 목사의 설교가 시작되자 간절한 마음으로 귀를 기울였다. 장 목사가 “고난당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고난을 아십니다”고 하자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도회를 마치자 한 여성은 “어제부터 찬송소리가 들려와 참석했다”며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기도회가 지난 20일 부활주일을 기해 시작됐다. 진도실내체육관에서는 오전 6시와 오후 7시. 팽목항은 오후 8시에 기도회를 개최한다. 실종자 가족들은 찬송과 기도 소리에 이끌려 기도처를 찾고 있다.
앞서 21일 오후 8시에는 팽목항 가족대책본부 상황실 옆 구세군 부스에서도 기도회가 열렸다. 이날 기도회에는 진도군교회연합회와 한국구세군, 이랜드복지재단 등에서 나온 20여명의 자원봉사자와 실종자 가족 편용기(40)씨가 참여했다.
구세군 서준배 사관은 “모든 기도회는 진행자 이름을 빼겠다”며 “그냥 구세군 목사로만 부르겠다. 마음을 모으자”며 기도회를 인도했다. 이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찬송을 불렀고 ‘주여’ ‘하나님이여 도우소서’를 외치며 굳게 두 손을 모았다.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도 기도 소리를 듣고 잠시 머무르기도 했다.
편씨는 “많은 가족들이 자책과 원망, 안타까움으로 상심한 상태”라며 “나 역시 힘들지만 기도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편씨는 지쳐보였다. 예배 직후엔 눈물을 여러 번 훔쳐냈다. 그는 “딸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어떤 딸이었냐고 묻자 대답 대신 점퍼 앞 지퍼를 열었다. 그의 가슴속엔 미소 띤 딸 사진이 있었다.
기도회를 마치고 오후 9시를 넘기자 가족대책본부에서는 이날 수습한 19구의 시신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해양경찰 관계자는 신원 미상 시신에 대한 인상착의를 순서대로 설명했다. 잠시 후 한쪽에서 비명에 가까운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며 오열했다. 가족대책본부 앞 광장은 일순간에 탄식과 절망의 자리로 변했다.
가족대책본부 바로 옆에서 봉사활동 중인 진도군교회연합회 총괄 조원식 목사는 “슬퍼하는 가족들을 보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그냥 바라봐주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진도 사고 현장에서는 진도군교회연합회 소속 예장합동과 통합, 기장, 성결 등이 18일부터 교단별로 하루씩 교대하며 봉사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호남선교연회에서도 체육관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기도회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 기독교 봉사활동 부스는 모두 24시간 체제로 이뤄지고 있다. 타 단체 부스와 달리 속옷이나 치약 비누 수건 등 생필품이 많아 실종자 가족들이 유독 많이 찾는다. 22일에는 서울과 전남 광주 등 지역 교회의 자원봉사자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한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한인들은 지난 20일 예루살렘 감람산에서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헌금을 세월호 침몰사고 가족들을 위해 사용키로 했다.
진도=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