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공사 수주 척척… 해외서 잘나가는 국내 건설사들
입력 2014-04-23 03:44
건설사의 해외 진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국내 건설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지 않자 해외에서 생존 전략을 찾는 것이다. 해외시장 개척의 선두주자로 현대건설, SK건설, 삼성물산 3개사가 꼽힌다. 이들은 발전·가스 플랜트 분야에서 활발한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대건설, 3년 연속 해외수주 100억 달러 목표=현대건설은 지난해 매출의 65%, 수주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거뒀다. 지난 연말까지 해외 수주액이 109억 달러(약 11조3200억원)로 2012년에 이어 2년 연속 해외 1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올해도 지난해 실적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해외 활동에서 눈여겨볼 점은 시장 다변화다. 중동 일변도의 수주에서 벗어나 유럽과 중남미, 아프리카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7월 터키 보스포러스 제3대교 건설 공사 수주다. 유럽 시장은 그동안 유럽 건설회사의 독무대였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현대건설은 앞으로 유럽에서 다른 대형공사 수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우즈베키스탄 탈리마잔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우간다 교량 공사 등을 통해 독립국가연합(CIS) 지역과 아프리카에도 진출했다. 올해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형 발전소 공사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SK건설, 북미 천연가스 플랜트 수주=SK건설도 미국과 이라크, 칠레 등 세계 곳곳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월 연산 340만t 규모의 루이지애나 천연가스 액화플랜트 EPC(상세설계·조달·시공) 공사를 따냈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메이저 업체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EPC 공사를 수주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SK건설은 중소형 가스전 플랜트 추가 수주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칠레에서도 곧 수주 소식이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6월 현지 화력발전소 ‘레드 드래곤’ 공사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현지 민간발전회사가 발주한 공사로, SK건설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경쟁업체를 제쳤다. 이라크에서는 국내 다른 업체와 공동으로 60억4000만 달러 규모의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를 수주했다. SK건설 관계자는 22일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한 결과”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싱가포르 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 구축=삼성물산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의 LNG터미널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2010년 2월 공사를 시작한 지 50개월 만이다.
싱가포르 LNG터미널은 수입한 LNG를 하역, 저장, 기화 및 송출하고 선박에 다시 실어 수출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시설이다. 토목, 건축, 기계, 배관, 전기 등 거의 모든 건설 분야에서 깊은 노하우가 있어야 진행할 수 있는 대규모 공사다.
특히 LNG 저장탱크 제작이 까다로웠다. 지름 90m, 높이 53m의 거대한 규모인데다 LNG 저장에 적합한 특수 소재로 내·외벽을 처리해야 했다. 삼성물산은 ‘니켈강’이라는 특수 철판을 사용해 탱크 내벽이 영하 160도의 초저온을 견디게 했다. 외벽의 지붕덮개를 설치하는 과정에서는 탱크 내부 바닥에서 제작한 덮개를 공기의 압력으로 밀어 올리는 에어 레이징(Air-raising) 공법을 사용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