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단 모더니즘의 발화… 8명 문인들에게서 살펴본다
입력 2014-04-23 02:05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와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5월 8∼9일 이틀 동안 ‘한국문학, 모더니티의 감각과 그 분기(分岐)’를 주제로 ‘2014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개최한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이번 문학제의 대상 작가는 김광균 김사량 여상현 오영수 유항림 이용악 장만영 함형수 등 1914년에 태어난 8명의 문인이다.
기획위원장인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는 22일 서울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들 작가가 만 스무 살에 도달한 1934년은 일제 식민치하에서 어느 정도 열려 있던 문화적 공간조차 닫히고 있던 군국주의 강화 시기인 동시에 한국문단에 모더니즘의 토대가 마련된 시기”라며 이들의 문학이 어떤 모더니티의 감각을 지닌 채 서로 다르게 발화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대상 작가 가운데 1949년 김동리 추천으로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오영수는 그동안 1914년생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유가족을 통해 호적상 출생연도가 1909년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그의 스승인 김동리가 1913년생이고 그가 생전에 1914년으로 문학적 출생연도를 자처했기에 이번 문학제의 대상 작가에 포함됐다.
유항림의 경우 평생을 북한에서 활동한 재북 작가지만 평양의 학생 문단에서 시작된 낭만주의적 주체들의 계보를 잇는 모더니스트라는 점 때문에 대상 작가로 선정됐다.
특히 동경제대 출신인 김사량은 조선문단을 거치지 않고 일본문단에 직접 데뷔한 후 1940년 단편 ‘빛 속에서’가 조선인 최초로 아쿠타가와상 수상 후보에 선정됐을 만큼 일본문단에서 활약한 소설가였다. 평생 일어로 작품을 썼으나 그 내면에 깃든 이중 국어라는 혼종성으로 인해 그동안 남한의 문학사에서도, 북한의 문학사에서도 정당하게 등재되지 못한 비운의 작가다.
문학제는 5월 8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세미나실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9일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열리는 ‘문학의 밤’으로 이어진다. 24일엔 김광균·이용악 학술대회가, 6월 20일엔 김사량 국제학술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