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택시기사 이창수씨 “쉰 살에 왼쪽 다리 장애, 당뇨, 카드빚 친절 무기로 운전… 이젠 책 내고 강의”

입력 2014-04-23 02:21


“택시 이야기로 ‘교수’도 됐고, ‘작가’도 됐습니다. 택시기사라는 직업은 하나님이 제게 주신 선물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월급을 가장 많이 받는 법인택시기사’라는 이창수(61)씨는 택시업종이 자신의 천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통상적인 기사들의 월평균 임금인 130만∼140만원의 배가 넘는 300만원 정도를 매달 받는다. 사납금이 없는 개인택시도 아닌 회사에 속한 기사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금액이다.

이씨 역시 젊은 시절에는 택시를 운전하는 자기 모습을 상상하지 않았다. 장래 희망은 교수였다. 그는 “장사도 하고 결혼도 했지만 고졸 학벌 때문에 더 큰 꿈을 펼칠 수 없었다. 그러다 ‘나이 쉰 살’에 카드빚을 진 빈털터리에 왼쪽 다리 장애, 당뇨까지 찾아왔다. 할 수 있는 일이 택시밖에 없었다”며 운전대를 잡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지금 수준의 수입을 올리기까지 ‘징역 사는 마음’으로 택시를 몰았다. 이씨는 “죄인이 된 자세로 그것도 7년 정도의 징역을 언도받은 죄인이 된 자세로 일했다”고 회상했다. 법인택시는 한 대의 차량을 두 명의 기사가 12시간씩 교대로 운행하는 ‘2인 1차제’를 실시하지만 이씨는 2년6개월 동안 ‘1인 1차제’로 18시간까지 일한 적도 있다.

10년간 하루에 200㎞, 한 달에 5000㎞씩 총 60만㎞를 달려 6만여명의 손님을 실어 날랐다는 이씨가 얻은 교훈은 ‘친절의 대가가 고수입으로 이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다. 친절 운전을 위해 골목길 전문기사가 됐다. 그는 “골목길까지 들어가 달라고 말하기 미안해하는 승객의 눈치를 살펴 끝까지 모시면 거스름돈은 팁으로 받게 된다”고 말했다.

주간에 5만원씩 13일, 또 야간에 10만원씩 13일, 총 26일 동안 순수익이 발생해야 한 달 월급 300만원이 채워진다. 사납금이 하루 11만원쯤 되기 때문에 주간 12시간 동안 16만원, 야간 12시간 동안 21만원을 벌고, 봉급수령 80만원에 팁 25만원을 더하면 딱 300만원이다. 주간의 경우 시간당 1만원 이상 벌어야 한다.

이씨가 버는 수입의 배경에는 가슴 찡한 부분이 있다. 그는 “밥을 두 끼만, 그것도 출근 전후에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사식당에 쓰는 돈과 시간, 어쩌다 동료들과 어울려 먹는 술 한잔이 택시기사의 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씨는 친절 운전, 고수입의 노하우를 묶어 최근 ‘어느 지독한 택시기사의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다. 책에 적힌 사연들로 한 보험회사 직원들을 상대로 강의도 했다. 작가도 되고 교수도 된 셈이다.

이씨는 “택시운전은 인생의 마지막 직업이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예전에는 못 배운 사람들이 운전대를 잡았지만 요즘은 이런저런 실패를 겪은 사람들이 택시 운전을 하기 때문에 제대로 일하고 많이 벌면 자연스럽게 친절해지고 택시기사에 대한 편견도 사라진다는 게 그의 ‘택시 철학’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