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통을 함께 나눕시다”
입력 2014-04-23 02:21
한마음으로 세월호 피해자 돕기에 적극 나서기를
세월호 침몰 사고 7일째인 22일에도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서는 시신이 인양될 때마다 통곡이 끊이질 않았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비통하고 참담한 광경이다. 며칠째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제대로 먹지도 못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은 탈진 상태에 이르렀다. 야속하게 세월호를 집어삼킨 성난 파도처럼 휘몰아치는 분노와 울분, 좌절감과 무력감이 이들의 몸과 마음을 크게 해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홀로 살았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민규 단원고 교감선생님의 안타까운 사건까지 발생했다. 세월호에 남아 사랑하는 제자를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애쓴 강 교감선생님을 탓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죽음의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온 것이, 그리고 사랑하는 자녀와 부모를 먼저 보내고 뒤에 남은 것이 죄일 수는 없다.
앞으로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따뜻한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다른 재난·구호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살아남은 사람의 책무일 터다. 그것이 칠흑 같은 세월호에 갇힌 채 살을 에는 추위와 엄습하는 두려움, 숨 막히는 고통 속에서 꽃망울도 터뜨리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어린 학생들이 살아 있는 우리에게 전하는 간절한 유언일 것이다. 우리는 남은 한평생 동안 그들의 유언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것만이 희생자들의 죽음을 조금이나마 헛되지 않게 하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어떤 말과 행동으로도 위로가 될 수 없을 만큼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의 슬픔은 크디크다. 지금이야말로 그들을 따뜻하게 감싸고, 두 손 잡고 함께 울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 12장 15절)는 성경 말씀을 적극 실천해야 할 때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으로 달려가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바로 이들이 우리 시대의 선한 사마리아인이 아닐 수 없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말 한 마디와 처신 하나가 피해자 가족에게는 비수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스포츠 스타와 인기 연예인들이 앞다퉈 기부 행렬에 나서고 있다. 매우 뜻깊고 감사한 일이다. ‘코리아 몬스터’ 류현진,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각각 1억원을 기부한 것을 비롯해 많은 선수와 선수단이 기부금을 쾌척했다. 배우 하지원 주상욱 김보성 정일우, 방송인 박재민, 매니지먼트사 UAA 등이 고통을 나누기 위한 운동에 동참했다.
각종 재난 때마다 사랑의 모금운동을 펼친 국민일보사는 여러 교계 단체와 전국의 교회, 성도들과 함께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개신교 차원의 지원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소망의 끈을 놓지 말고 기도하고 물심양면으로 피해자 가족 돕기운동에 나서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마태복음 22장 39절)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 기독교인들의 지상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