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수부·해경 안전관리 시스템 확 뜯어고쳐라

입력 2014-04-23 02:11

해양수산부 슬로건인 해양안전헌장의 제1조는 ‘바다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해양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행복한 국민의 바다’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5대 가치 가운데 ‘안전’을 가장 앞세우고 있다. 이주영 해수부 장관과 김석균 해경청장은 세월호 침몰사고 하루 전날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각각 바다안전과 인명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 모두가 헛구호이자 허언(虛言)이 되고 말았다.

이번 참화의 가장 큰 책임은 해수부에 있다. 선박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 부처가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안전점검과 운항관리·검사 등을 담당하는 각종 유관기관에 해수부 출신 간부들이 눌러앉으면서 안전관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해수부의 전·현직 간부들이 짝짜꿍이 돼 해양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방치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선박검사 업무를 맡은 한국선급은 지난 2월 세월호에 대한 중간검사 때 46개 구명정 중 44개가 정상이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작동된 구명정은 단 하나뿐이었다. 한국해운조합은 2100여개 선사를 대표하는 이익집단이다. 연안 여객선의 안전운항에 대한 지도감독 업무를 하는 해운조합의 주성호 현 이사장은 국토교통부 2차관 출신이다. 해운조합이 채용하는 선박운항관리자가 안전운항 전반을 점검하도록 돼 있으나 선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해운조합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처지에서 엄격하게 관리하기 어려운 구조다.

세월호 침몰사고에 운항관리자의 책임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2년 전 해운법 개정 때 표기상의 잘못으로 처벌근거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해수부가 이런 문제점들을 알고도 그냥 둔 것은 직무유기에 속한다. 선박 안전점검과 운항관리 시스템에 대한 대수술과 인사개혁이 시급하다.

세월호 침몰 및 구조 과정에서 해경은 ‘바다 지킴이’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경 소속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세월호가 정상 항로를 벗어나 이상 징후를 보였음에도 제때 확인하지 못했다. 예정시간보다 한참 늦게 관할 해역에 들어왔음에도 두 시간 동안 교신 한번 하지 않았다. 세월호가 침몰 중이란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도 적극적으로 승객 탈출을 지시하지 않았다.

해경은 사고 현장에 출동해서도 기울어가는 배에 승선해 구조할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제복을 입은 채 가장 먼저 탈출하는 선장과 선원들에게 “배로 돌아가서 승객들을 대피시키라”고 요구하지 않은 것도 명백한 실책이다. 구조 매뉴얼 정비가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