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청소년 지도 교회와 함께 고민” 서울 새날교회, 배움터 만들어 지역 주민에 개방
입력 2014-04-23 02:36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16일 서울 강북구 삼양로의 한 허름한 단독주택에 이웃 사는 ‘엄마’ 넷이 모였다. 긴급 속보로 보도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잠시 후 이들은 서울여대 가족상담연구센터 박시정 상담사와 함께 평소 육아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나갈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버킷리스트’를 나눴고 “엄마가 되어보니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대목에서는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진지한 대화 가운데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마당을 포함해 66㎡(20평) 남짓한 이곳은 새날교회(우성구 목사)의 예배당인 동시에 지역 주민과 청소년들을 위한 지역공동체의 허브다. 새날교회는 매주 10여명의 교인이 예배를 드리는 작은 교회지만 2011년 개척 때부터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이루는 일에 매진해왔다. 매주 월요일 오후에는 10여명의 어린이와 엄마들이 교회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교회 앞 화단에 꽃씨를 심거나 영화를 본다. 일종의 ‘공동육아’로 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 잠시나마 쉼과 소통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평일 오후와 토요일은 청소년들의 공간이 된다. 학원에 가지 않는 청소년들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떠난 아이들까지 하루 평균 20여명이 교회를 찾는다. 이들은 독서나 컴퓨터 게임,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지난해부터는 방학 때마다 바리스타 교육을 해 왔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풍물을 가르칠 생각이다.
2009년부터 지역 청소년들을 만나온 박수진(38) 사모는 “저소득층 아이들 가운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대책 없이 사회로 내몰리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 사모는 “교회의 사회적 소명은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가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며 “우리는 주어진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