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살아서 오라”… 노란 리본 가득찬 e세상

입력 2014-04-23 05:01


[친절한 쿡기자] 인터넷에서 노란 리본이 물결치고 있습니다.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의 SNS나 인터넷·모바일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에 걸린 노란 리본을 이미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봤다면 자신의 프로필 사진에도 노란 리본을 걸어볼만 합니다. 침몰 여객선 ‘세월호’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온라인 캠페인이기 때문이죠. 정치적이거나 상업적인 목적이 없고, 누군가 강요하지도 않은 네티즌의 자발적인 캠페인입니다.

캠페인은 22일부터 급물살을 탔습니다. 사고 발생 이틀 만인 지난 18일 한 대학생 단체가 블로그를 통해 배포한 그림이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으로 넘어가면서 네티즌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면서 참여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죠.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국을 위한 기도(#PrayForSouthKorea)’ 해시태그 운동과 함께 SNS에서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캠페인입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인 리버풀은 공식 한국어 트위터 계정(@LFC Korea)에 노란 리본을 달고 “동참합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가수 심은진은 직접 디자인한 노란 리본 그림을 트위터에 올려 네티즌의 캠페인 참여를 독려했죠.

캠페인은 인터넷 공간에서만 맴돌지 않았습니다. 리본을 직접 제작해 캠페인을 몸소 실천한 사람들도 나타났습니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성인 남녀 5명과 어린이 1명은 이날 오후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 본사 주변에 노란 리본 120여개를 달았습니다. 이들은 “사고로 실종된 사람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희망하는 마음으로 리본을 달았다”고 말하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은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노란 리본을 유니폼에 달고 출전했습니다. 경기에서는 졌지만 많은 박수를 받았죠.

참여 방법은 간단합니다. 인터넷 어느 곳에서든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배경의 검정 리본 그림을 내려받아 자신이 이용하는 SNS나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하면 됩니다. 한때 인터넷에서는 “그림을 사용할 경우 저작권료로 500만원을 청구한다”는 유언비어가 떠돌았지만 그림을 배포한 대학생 단체는 블로그를 통해 비상업적 목적을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노란 리본은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 등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포로나 실종자의 생환을 염원하는 가족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과거 마을 어귀의 나무나 광장, 관공서에 물결쳤던 노란 리본이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온라인 캠페인 형태로 확산된 겁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에서, 카카오톡 메신저의 친구목록에서 노란 리본이 늘어날수록 사고 책임자에 대한 분노와 피해자에 대한 위로의 마음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