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대표가 말하는 음식점 창업 노하우 “부인 손맛 좋다고 덤볐다간 100전 100패”

입력 2014-04-23 02:22


"음식점이나 한번 해봐?" 퇴직을 앞둔 이들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이 먹는장사다. 퇴직금 털고 대출 좀 받으면 그럴듯한 음식점 하나쯤은 너끈히 꾸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마누라 음식 솜씨 괜찮으니 주방은 걱정할 필요 없고, 수십 년 사회생활로 지인 수두룩하니 단골손님 확보도 그리 어렵지 않을 테고….' 이렇게 그럴듯한 밑그림이 그려진다.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사인 김유진제작소 김유진(46) 대표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음식점을 시작하면 100전 100패”라고 잘라 말한다. 김씨는 2001년부터 컨설팅을 해서 ‘대박’을 내게 한 레스토랑이 200곳이 넘어 ‘맛집 조련사’로 불리는 푸드 전문 컨설턴트다. 망하는 지름길을 안다면 성공의 왕도도 알 터. 퇴직을 눈앞에 두고 음식점 창업을 꿈꾸는 베이비 붐 세대들을 위해 그에게 성공 비법을 들어보기로 했다.

최근 ‘한국형 장사의 신’(쌤앤파커스)을 출간한 김 대표를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김 대표가 음식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5년 MBC 프로덕션 PD로 숨겨진 맛집 취재를 하면서부터였다. 현장 경험을 통해 대박과 쪽박 식당이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를 파악한 그는 승률 8할을 자랑한다. 그에게 컨설팅을 받은 음식점 열에 여덟은 대박이 난다는 것. 실패하는 2할도 “의뢰자가 고집을 피워서 안 되는 것”이라며 자신만만하다. 그 비결을 묻자 김 대표는 “될성부른 이들만 컨설팅을 해주기 때문”이라며 싱긋이 웃었다.

“아는 사람 많다고, 부인이 음식 솜씨 좋다고 성공하는 게 아닙니다. 장사 DNA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김씨는 아내를 존경하고 사랑하고,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릴 줄 알고, ‘진상 손님’도 보듬어 안고 방긋방긋 웃을 각오가 돼 있는 사람이라면 장사를 시작해도 좋다고 했다. 장사 DNA에 웬 아내 사랑?

“장사는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평생 모은 돈과 퇴직금까지 걸고 뛰는 한 판 게임인 만큼 파트너가 중요합니다. 든든한 내조나 외조 없이는 실패하게 마련이거든요.”

김 대표는 손님이 오지 않는 것이나 종업원이 잘못하는 것도 ‘내 탓’으로 돌리고 개선점을 찾아야지 남의 탓을 하기 시작하면 망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자, 지금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을 한번 냉정하게 들여다보자. ‘노’라는 답이 나왔다면 음식점 사장님 꿈은 일찌감치 접어버리자.

“장사 DNA가 있어도 최소 1년은 준비해야 합니다. 초보자라면 프랜차이즈를 권하고 싶습니다.”

음식점을 창업 하려면 할 일이 태산이다. 상권을 분석하고, 콘셉트를 정하고, 인테리어 업체 골라 비교 분석하고, 재료 수급해줄 도매 업체와 계약 맺고, 주방과 홀에서 일할 스태프 모으고, 홍보물 만들고, 손님 끌어들이고…. 초보가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므로 이런 수고와 노력을 대신해줄 프랜차이즈로 시작하라는 것. 단 프랜차이즈를 고를 때는 돋보기를 들이대야 한다.

“신문에 부정기적이라도 광고가 실리는 곳, 확장세를 보이는 곳, 매물이 적게 나오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실패 확률이 낮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 홈페이지에서 연혁을 꼼꼼히 살피면 가맹점의 증가 여부를 알 수 있으며, 매물 숫자는 프랜차이즈 매물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 가지 기본조건을 충족시키는 프랜차이즈 업체 중 자기가 좋아하는 메뉴를 고르라는 것이 김 대표의 조언이다. 요즘 뜨고 있는 핫한 메뉴를 골라야 하는 것 아닌가?

“사장이 메뉴에 대해 전문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싫어한다면 맛을 모를 테고 개발은 더욱 할 수 없죠.”

불닭이 뜬다고 해서 매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불닭집을 내면 주방장이 내놓는 음식을 맛도 보지 않게 되니 실패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메뉴까지 정해졌다면 음식점을 내고 싶은 골목 상권 분석에 들어가라고 했다. 일주일 동안 매일 오전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지켜보면 감이 올 것이란다.

‘대박음식점 제조기’인 김 대표가 직접 음식점을 한다면 어떤 것을 할지 궁금하다.

“통영해산물 전문점이나 사골칼국수집을 해보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칼국수집은 마진이 좋고 일손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망하지 않는 메뉴 중 한 가지라고 소개했다. 특히 사골칼국수는 요즘 사골을 잘 먹지 않아 재료를 쉽고 값싸게 구할 수 있는 데다 값은 일반 칼국수의 배 가까이 받을 수 있는 대박 후보 아이템이란다. 오는 9월에 전문가 10여 명과 함께 ‘장사의 신 아카데미’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예순쯤 되면 33㎡(10평) 남짓한, 작지만 알찬 음식점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