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강은교] 아, 너에게 밥을 먹이고 싶다

입력 2014-04-23 02:55


너는 지금 어디 있느냐. 어딜 떠돌고 있느냐. 어느 차디찬 판자 위에서 저 키 큰 파도의 울음소릴 듣고 있느냐. 너는 지금 물소리에 싸여 누운 항구의 넘어가는 붉은 해를 보고 있느냐. 파도의 흐린 얼굴에 네 가슴을 묻고 있느냐.

수많은 노오란 편지지에 쓴 글자들이 너의 바다로 가고 있는 걸 보고 있느냐. 거대한 꿈 하나가 너의 꿈 위로 떠다니며 너의 가슴께에서 풍선을 들어올리고 있는 걸 보고 있느냐.

수많은 염원의 촛불들이 너의 바다로 달려가는 걸 보고 있느냐. 도대체 지금 어디 있느냐. 어디서 너의 바다를 출렁이고 있느냐.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길을 가다가 돌 하나를 주웠다. 그 돌에 자기 전이면 매일 입맞춤을 했다. 입맞춤을 하면서 기도했다. 그 돌이 아름다운 여인이 되기를. 그의 기도는 깊고도 깊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기도를 한 다음 어둠 속으로 한숨쉬며 일어섰을 때 그 돌은 움짓움짓 그에게로 걸어왔다. 그는 놀라서 그 돌의 입술을 만져 보았다. 보드라운 입술이 나풀거리듯 그의 손에 안겨 왔다.

그는 놀라 그 돌의 허벅지를 손가락 끝으로 찔러 보았다. 옴폭 들어갔다. 돌은 아름다운 여인이 된 것이다. 그의 간절한 꿈은 그가 조각한 여인의 상을 실제로 숨쉬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만든 것이다.

아마 지금 찬 곳에 누워 있을 너, 너의 꿈도 그렇게 간절히 물소리 위에 누워 기도하고 있지 않을까. 여기 무수한 편지들이 노오란 편지지 위에 새겨져 너에게로 날아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지 않을까.

간절히 꿈꾸면 꿈은 네 것이 되리라. 네 것이 되어 바다 위에 일어서리라. 분명 꿈은 파도가 가져와 너의 살에 숨소리를 돌려주리라. 위대한 손이 되어 꿈의 돌을 조각하고 있으리라. 꿈의 돌에 또 하나의 꿈을 새기고 있으리라. 무수한 꿈들이 저기 바다를 건너고 있는 한 꿈은 우리 것이 되리라. 바다에 누워 있을 너의 것이 되리라. 또는 바다 이쪽 뭍에 있을 우리의 것이 되리라. 무리 모두 한 꿈이 되어 목숨의 이불 아래 누우리라.

그래, 오늘 밤도 편지를 쓴다.

‘무사히 돌아와 줘, 기다릴게, 기다릴게, 내 여기 촛불을 들고 있으리. 그 사람처럼, 돌에게 온기를 불어넣은 그 사람처럼. 아, 너에게 밥을 먹이고 싶다. 아주 맛있고 따스한 밥 한 끼 차려주고 싶다!’

강은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