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서울 강북구 삼양로의 허름한 주택가. 마당을 포함해 66㎡(20평) 남짓한 단독주택에 4살 아들을 데리고 온 ‘엄마’를 비롯해 네 명의 엄마들이 자리를 잡았다. 엄마들은 이날 오전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나눴다.
곧이어 서울여대 가족상담연구센터 박시정 상담사의 단체 상담이 시작됐다. 엄마들은 자신이 만든 ‘버킷리스트’를 공유하고, 평소 육아에 대해 궁금했던 내용들을 끊임없이 질문했다. “엄마가 되어보니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대목에서는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진지한 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어머니는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또 어떻게 하면 아이와 함께 꿈을 꾸며 살아야 하는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며 “우리 동네에 이렇게 마음을 터놓고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곳은 매주 10여명의 교인이 예배를 함께 하는 예배당인 동시에 교회가 삼양동 주민과 청소년을 위해 개방하는 지역공동체의 허브다. 우성구 목사는 2011년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것을 목표로 새날교회를 개척됐다.
개척 초기부터 교회는 공동육아 프로그램을 실시, 매주 월요일마다 10여명의 어린이와 엄마들이 교회를 찾는다. 이들은 함께 시장을 본 뒤 공동식사를 하고, 교회 앞 화단에 꽃씨를 심거나 프로젝터를 이용해 영화를 본다.
마을·동네·지역 공동체가 무너져 모든 것이 가정 내에서 해결되거나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팍팍한 서울살이, 그 서울살이의 괴로움과 육아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교회가 직접 동네 엄마들의 공동체를 만들었다고 박수진(38) 사모는 설명했다. 엄마들은 잠시라도 시간을 내 다른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한다고 덧붙였다.
평일 오후와 토요일은 지역 내 청소년 누구나 찾아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청소년 휴(休)카페’로 운영된다. 학원 이외에는 갈 곳이 없는 청소년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학교를 아예 떠난 중·고교생들까지 하루 평균 20여명이 교회를 찾는다. 교회에서는 청소년들의 필수품인 무선 인터넷이 제공되고, 책을 읽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끼리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낸다. 방학 때는 바리스타 교육 등이 진행된다.
2009년부터 지역 청소년들을 만나온 박수진(38) 사모는 “저소득층 아이들 가운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대책 없이 사회로 내몰리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시절 풍물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박 사모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청소년들에게 풍물을 가르칠 예정으로 현재 지도자 과정 강의를 듣고 있다. 아이들에게 2년 정도만 제대로 풍물을 가르치면 아이들이 강의를 나가거나 전문 음악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 사모는 “교회의 사회적 소명은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가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며 “우리는 주어진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겸손히 이야기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