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임영서 (8) 9호점서 주춤했던 사업… 10호점 대박 후 급성장

입력 2014-04-23 02:27


내가 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죽 관련 컨설팅을 맡아 연구를 깊이 있게 하면서였다. 당시 나는 미래 음식점에 대한 성공 키워드를 ‘레저성’에 맞추고 있었다. 웰빙시대를 맞아 여유와 가치를 느끼며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 선호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맥락에서 죽이 가장 부합됐다. 소화가 잘되고 다양한 식자재를 넣으면 영양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마침 대기업 출신의 한 분이 죽 전문집을 하려는데 도움을 요청해 왔고 함께 방법을 연구하다 프랜차이즈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솟았다.

“얻어 놓은 가게 월세를 제가 낼 테니 6개월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제가 최고의 메뉴를 개발하겠습니다.”

그분이 기다리겠다고 대답하는 통에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그동안의 컨설팅 노하우를 모두 동원해 프랜차이즈 ‘죽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눈물의 기도를 매일 매일 포함시켰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죽이야기는 일본과 한국에서 5년간 모질게 광야생활을 거치며 탄생된 특별한 작품이었다. 나는 죽이야기가 기도를 통해 하나님이 주신 기업이요 브랜드라고 자신 있게 말하곤 한다.

이렇게 야심차게 시작했건만 타사 브랜드의 죽은 계속 승승장구하는데 나는 9호점까지 내고 성장이 주춤했다. 더구나 우리 가게 중에서 소위 ‘대박’을 내는 곳이 없었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초기 회사 경비를 줄이느라 인테리어와 안내 전단지까지 모든 것을 전문가에게 맡기기 않고 내가 다 알아서 한 탓이었다. 창업 전문가라고 강의 다니고 큰소리친 것이 부끄러웠다.

“하나님 죽이야기를 계속 해야 합니까? 접어야 합니까.”

이 무렵 아는 분이 적은 돈으로 치킨집을 연다기에 극구 말리고 내가 봐줄 테니 죽집을 하라고 권유했다. 나는 경쟁 업체가 장사하는 곳으로 가서 정면승부를 걸어보자고 했다. 그러나 그분이 투자할 돈은 2500만원이어서 제대로 된 가게를 얻기 힘들었다. 마침 적당한 장소는 찾았는데 인테리어까지 하면 최소 8000만원은 있어야 했다. 애가 타서 함께 기도를 했는데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가게를 하려는 주인이 우연히 학교 은사를 만났는데 대화를 하다가 죽집에 5000만원을 투자해 주겠다고 한 것이다. 철저한 성격의 그 은사는 나를 만나 사업 설명을 들은 후 내린 결정이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번 10호 가게에 주님이 함께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도와주세요.”

나는 프랜차이즈 사장이었지만 점주보다 더 신경을 쓰며 가게 오픈에 매달렸다. 야심차게 오픈한 가게에 손님이 줄을 이을 것으로 잔뜩 기대했으나 처음 1주일은 기대 이하였다. 하루 10만원 정도의 매상으론 가게 유지도 힘들었다.

나는 이제 이 사업을 그만둬야 하는 것인지, 내 말을 믿고 죽집을 시작한 주인에게 손해를 배상해 주어야 하는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심혈을 기울인 가게라 매일 새벽기도회에 나가 주님께 매달렸다. 어떻게든 가게를 홍보해주고 싶은 마음에 ‘죽이야기’라고 쓴 피켓을 들고 속옷차람으로 가게 앞을 왔다갔다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였다.

“사장님, 오늘 매상 25만원 됐어요. 드셔본 분들이 다시 찾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어요.”

나는 고객 서비스에 최선을 다할 것을 언제나 주문했고 손님 한분 한분이 VIP로 느껴질 만큼 섬기라고 했다. 하루 매출 25만원이라는 즐거운 비명이 들려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50만원, 70만원이 되더니 불과 석 달 만에 매상 100만원을 돌파했다. ‘죽이야기’도 드디어 대박 가게를 갖게 된 것이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