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풍계리 핵실험장 가림막 설치”

입력 2014-04-22 03:43

한·미 정보 당국이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가림막 설치 등 특이 징후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오는 25∼26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4차 핵실험 준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21일 “풍계리 핵실험장 한 갱도에 가림막으로 보이는 물체가 설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가림막을 설치한 것이 미국 군사위성 등이 풍계리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에 최근 차량 움직임도 늘어나고 일부 핵실험 관련 장비와 자재가 반입되는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급 승용차의 왕래가 포착되고 있어 북한 당국의 주요 인사들이 방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 때 사용한 서쪽 갱도 가운데 한 곳에 대해 이미 오래전에 굴착 작업을 완료했고, 남쪽 갱도 2곳에서도 최근 굴착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3차 핵실험 당시 북한은 서쪽 갱도에 2개의 굴을 파놓았으며, 그 가운데 한 곳을 사용했다. 그동안 지하갱도 굴착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갱도 일부가 무너지는 등 사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위해 갱도 굴착 이후 진행해야 하는 작업을 했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지하 핵실험을 위해서는 지진파 탐지 등을 위한 계측장비 설치, 계측장비와 지상통제소 간 통신 케이블 연결, 갱도 되메우기 작업이 실시돼야 한다.

그런 탓에 다른 소식통은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오바마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위장전술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30일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세 차례 핵실험에서 북한은 외무성 성명 발표 이후 한 달 안에 실제 핵실험을 실시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