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여의도의 금기語, 선거 유불리·손익계산…
입력 2014-04-22 03:43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침묵이 금(金)’이라는 격언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정치인의 최대 관심사는 결국 선거이기 때문에 이번 사고가 6·4지방선거에 미치는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자칫 국민적 애도 정서를 거스를 수 있어 각별히 입조심을 해야 하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특히 금기어 목록에 오른 말들은 ‘지방선거 유불리’ ‘정치적 득실’ ‘손익계산’ 등과 같이 이번 사건을 이해관계로 환산하는 표현이 주를 이룬다. 이뿐만이 아니다. ‘추모’ ‘유족’ 등과 같이 애도의 정서를 담고 있는 단어들도 혹시나 있을지 모를 생존자의 사망 상황을 예단하기 때문에 금기시된다.
여야 모두 입·행동 단속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지난 20일 전국 시·도당에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경선 일정과 선거운동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25일 대전을 시작으로 광역단체장 경선을 재개키로 했던 일정을 또 다시 연기한 것이다. 또 후보자 이름이 들어간 추모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세월호 관련 글 게시, 붉은색(새누리당 상징) 점퍼 착용, 음주·오락 등을 금지사항으로 적시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단정적인 애도의 표현을 비롯해 음주가무와 유흥·오락, 공공장소에서 웃거나 박수치는 행동, 집회·시위 참석 등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배포했다.
최근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언행이 잇따라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 더욱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한 국회의원은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숨쉬는 것에도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엄중한 사태 아니겠느냐”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일각에서는 국민적 공분을 약삭빠르게 역이용한 선거운동이 등장하기도 한다. 새누리당이 세종시장 후보인 유한식 현 시장의 음주 파문을 ‘경고’ 차원에서 매듭지은 것도 애도 분위기를 틈탄 마타도어(흑색선전)였다는 판단 때문이다. 핵심 당직자는 파문의 배경에 대해 “음주 현장에 있던 당원 A씨가 전 세종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인 홍순승 교육감 예비후보 때문에 사업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이유로 앙심을 품고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