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분노 대신 위로할때”… SNS 울리는 절제의 힘
입력 2014-04-22 02:09
세월호 참사 엿새째인 21일 트위터에선 ‘위로’가 키워드로 떠올랐다. 개인미디어란 특성상 일반인은 분노를 쏟아내는 장으로 활용하는 현실이지만 트위터 고수들의 활용은 조금 다르다. 희생자를 위로하고 대리 외상(Vicarious Trauma)을 치유하자는 단문 메시지로 절제된 슬픔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MBC 앵커 출신인 조정민(63) 목사는 트위터에 “무슨 말로 위로해도 위로가 되지 않는 슬픔이 있습니다”라며 “그 슬픔은… 그냥 손을 잡고 함께 우는 것 외에 다른 위로가 없습니다”라고 썼다. 이 글은 400만명 가까운 팔로어를 확보한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의 트위터 계정에 원문 그대로 리트윗 되면서 끊임없이 퍼지고 있다. 매일 새벽 단문 메시지로 힐링 어록을 만들고 있는 조 목사는 참사 직후 트위터를 자제했다가 슬픔을 나눈다는 메시지만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3년간의 트위터 글을 모아 에세이집 ‘힐링’을 발간한 박범신(68) 작가는 “패닉 상태로 며칠 동안 트위터도 할 수 없었다”며 “우린 아직 50%의 야만에 살고 있다”고 했다. 자기계발 전문가 공병호(54)씨도 20일 “내가 기대한 대로 매사가 척척 진행되면 좋지만 현장에는 일반인들이 알 수 없는 난제들도 있을 것”이라며 “비판도 필요하지만 선의를 갖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글을 올렸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서천석(45)씨도 “어떤 오해가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트위터에서 “희생자들이 느끼는 우울과 분노, 죄책감, 절망, 무력감. 이 모든 감정은 병적인 감정, 이상한 감정이 아니다”며 “당신은 정상입니다”란 글을 남겼다. 서씨는 페이스북에도 장문의 글을 통해 경기도 안산 단원고의 심리치료 현장 활동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은 트위터 글로 책을 낸 경험이 있는 저자들이다. 전 국민이 세월호 침몰 과정을 지켜보며 느꼈던 2차 외상의 확산을 막으려면 분노보다 절제된 위로와 공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다. 트위터로 무분별한 분노를 쏟아내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수반돼 누군가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국민적 외상을 치유하려면 TV를 잠깐 끄고 스마트폰도 잠시 내려놓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TV는 정제된 브리핑과 뉴스만 보고, SNS는 열 번 할 것을 한 번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자기의 분노를 여과 없이 표출하는 것보다는 한국 사회의 총체적 부실에 직면해 차분하게 지혜를 모을 때”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