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돌 던진 동갑내기 소년… 처벌은 딴판
입력 2014-04-22 02:03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사는 두 소년이 있다. 15세로 나이가 같다. 이들은 지나가는 차량에 돌을 던졌다. 그러나 둘의 운명은 완전히 달랐다. 하나는 팔레스타인,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이스라엘 소년은 2012년 2월 20일 다른 친구들과 함께 서안지구의 바트아인으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버스에 돌을 던졌다. 버스 기사가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이유였다. 버스에 약간의 파손이 있었지만 기사는 다치지 않았다. 그날 밤 소년은 경찰에 체포됐다. 묵비권을 행사하며 하룻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고 4일간의 가택 연금 조치를 조건으로 풀려났다.
다음날 팔레스타인 소년도 이스라엘 자동차를 향해 돌을 던졌다. 이스라엘 감옥에서 단식 투쟁을 하는 팔레스타인 죄수들과의 연대감을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2주 뒤 새벽 3시 그 소년은 집에 들이닥친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잡혀갔다. 다친 사람도 없었지만 돌을 던지는 장면이 그날 밤 TV 화면에 잡혔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9개월 반 동안 군 형무소에서 지내야 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서안지구를 차지한 이후 100곳 이상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건설했다. 지금은 이스라엘 사람이 35만명가량 살고, 팔레스타인인의 인구는 250만명 정도지만 전혀 다른 구역에 살면서 불평등한 사법 체계에 속해 있다. 이스라엘 정착민은 민간 법의 적용을 받지만 팔레스타인인은 군법에 따라 처벌된다.
따라서 결과도 다르다. 최근 6년 동안 ‘돌을 던진’ 이스라엘 청소년 53명만이 경찰에 체포됐고 이 중 89%는 풀려났다. 기소된 사람은 6명뿐이다. 반면 같은 혐의로 체포된 팔레스타인 청소년은 1142명이며 528명이 기소됐고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개 3∼8개월 동안 군 형무소에서 형을 살았다. 이스라엘 법무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인보다 돌을 더 많이 던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 변호사 마이클 스파드는 “이스라엘인의 범죄는 청소년의 분별없는 짓으로 치부하는 반면 팔레스타인 청소년들은 상습적인 범죄자로 다루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