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사이 갈등 … ‘기아대책’ 대책은 없나

입력 2014-04-21 17:53 수정 2014-04-22 03:46


구호개발 NGO 기아대책이 정정섭 전 회장의 별세 이후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1일 오전 7시30분 서울 염창동 기아대책 본부에는 180여명의 직원들이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 지역본부장들까지 서울에 올라왔다. 이성민 회장이 이들 앞에서 최근의 어려움과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상세히 설명하고 기도를 요청했다. 그는 “조직의 리더십 사이에서 벌어진 문제 때문에 열심히 일해 온 간사들이 눈물 흘리게 해 마음 아프다”며 “올해 10월이면 창립 25주년이 되는 기아대책이 지난 아픔을 딛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더 투명하고 효율적인 단체로 우뚝 서기를 함께 기도했다”고 말했다.

기아대책은 지난해 11월 정 전 회장이 미국에서 지병 치료 중 별세하면서 창립 이후 가장 큰 어려움에 처했다. 후임 회장과 임원진에 정 전 회장과 가까운 이들이 거론됐으나 이들이 배후에서 요직 인사를 좌우하려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히려 기아대책에서 물러나야 했다. 결국 이사회에서는 기아대책 창립멤버인 이 회장을 최종 선임했다. 이 회장은 기아대책의 1호 간사로 근무한 뒤 캄보디아에서 선교활동에 전념해왔다. 지역본부장 등이 그를 회장에 추천했고, 정 전 회장 측과 갈등 관계에 있었던 두상달(기아대책 사단법인 이사장) 장로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결과에 윤희구(기아대책 사회복지법인 이사장) 목사는 불만을 표시해 왔다. 그는 “인선위가 추천한 인물은 따로 있었는데 특정 선교단체 출신이 선임된 과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작성해 내부 직원과 언론사에까지 보냈다. 이 회장과 두 이사장은 모두 같은 선교단체 출신이다. 윤 목사는 두 이사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호소문에서 주장했다.

윤 목사는 본보와 통화에서 “기아대책이 2008년 선한이웃병원 경영에 관여해 42억원의 자금을 소모한 것도 이 선교단체와 무관하지 않다”며 “이 같은 파행에 두 이사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선한이웃병원은 지난해 법인회생절차에 들어가 부채와 함께 병원을 인수할 곳을 찾는 상황이다.

이런 주장에 두 이사장은 손사래를 쳤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고 싶어 오늘도 주변에 후임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이제 겨우 잘못을 바로 잡고 잘 해나가려는 상황인데, 기아대책을 사랑한다면 이럴 수 없다”고 말했다. 신임 경영진은 특정 선교단체와 관계가 없고, 병원에 거액을 지출한 것도 이전 경영진인데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 회장도 “두 이사장은 당장이라도 물러나겠다고 하지만, 기아대책의 갱신과 차기 회장 선임 때까지는 꼭 계셔야 한다며 만류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기아대책은 최근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실시하고 인사평가 시스템을 정비했다. 또 내년 초 이사장과 회장을 새로 선임하기 위한 준비에도 착수했다.

기아대책은 지난해 기부금만 980억원에 이르는 대형 NGO다. ‘떡과 복음’이라는 기치로 기독교적 정체성을 분명히 해왔다. 정 전 회장의 별세 직후 임시회장을 맡았던 최부수 목사(전 기아대책 대북사업재단 ‘섬김’ 회장)는 “현재의 어려움이 새로운 리더십을 중심으로 잘 수습돼 맡겨진 사명을 잘 감당하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