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기자·엉터리 인터뷰… 한심한 뉴스 특보

입력 2014-04-22 03:37


세월호 침몰 특보 방송이 실종·희생자 가족과 시청자를 두 번 울리고 있다.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는커녕 기초적인 윤리의식마저 사라진 방송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긴 가운데 시청률 경쟁이나 일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상파·종편 할 것 없이 낙제점=지상파 3사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부터 24시간 특보 체제를 시작했다. SBS는 사고 당일 홀로 구조된 5세 아이의 인터뷰 영상을 내보냈다가 항의가 빗발치자 황급히 삭제했다. 20일에는 특보 방송 중 기자들의 웃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타 공식 사과했다.

KBS는 18일 ‘선내 엉켜있는 시신 다수 확인’이라는 자막을 내보내 홍역을 치렀다. 해경이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공식 발표하자 앵커는 오보에도 불구하고 “시신은 보지 못했다는 내용”이라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MBC는 실종자들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사고 당일 저녁 성급한 보험료 보도로 여론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종합편성채널은 더 심했다. JTBC는 16일 구조된 여학생에게 앵커가 “친구가 사망했다는 것을 알고 있나”라는 도를 넘은 질문을 던져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이 사과하느라 진땀을 뺐다.

자신을 민간 잠수부라고 소개한 홍모씨는 18일 MBN에 출연해 “해경이 민간 잠수부들의 구조 작업을 막았고 대충 시간이나 때우라고 했다” “실제 잠수부가 배 안에서 사람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대화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등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MBN은 보도국장이 직접 출연해 사과했고 홍씨는 21일 경찰에 체포됐다.

이밖에도 TV조선은 ‘대참사에도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견고 이유는’이라는 주제로 대담을 나눠 십자포화를 받았고, 채널A에 출연한 한 교수는 “세월호 구조 작전이 잘 되면 박근혜 정부 지지율이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JTBC·MBN·MBC 등 3개 방송사 4개 프로그램에 대해 ‘의견 진술’을 듣기로 결정했다. 방통위는 현재까지 접수된 세월호 보도 관련 시청자 민원 중 심의규정 위반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 최대한 신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재난보도 기준 지켜야=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재난보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발방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방통위와 각 방송사의 재난보도 기준 및 매뉴얼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방통위는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장시간 인터뷰와 심리적·육체적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뿐 아니라 생존자와 일반 국민들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방송사들의 선정적인 보도로 인해 피해자와 시청자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며 “재난 주관방송사인 KBS1이나 YTN 등 뉴스 전문채널이 특보를 진행하거나 지상파가 순번을 정해 방송하는 편이 낫다”고 강조했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