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안내방송 누명 벗은 박지영씨 네티즌 의사자 청원 운동까지

입력 2014-04-22 02:15


[친절한 쿡기자]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16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승무원 박지영(22·여)씨는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받았습니다.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라”는 박씨의 안내방송이 승객의 대피를 가로막으면서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증언이 속속 나왔기 때문이죠.

안내방송을 제외하고 선박 내부의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지 않은 17일 아침까지도 박씨에게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나 원망을 들을 수도, 해명을 할 기회도 없는 박씨는 그렇게 ‘사고의 원흉’이라는 오명을 혼자 뒤집어쓰는 듯 했습니다.

여론은 사고 이틀 만인 18일부터 달라졌습니다. 선장 이준석(69)씨가 박씨 등에게 안내방송을 지시한 뒤 먼저 탈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박씨는 학생에게 구명조끼를 양보했다는 생존자의 증언이 나온 겁니다. 박씨가 긴박한 상황을 감지하고 승객의 비상탈출을 묻는 무전을 10여차례 보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고, 결국 스스로 판단해 “뛰어내리라”는 안내방송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죠.

물론 수사당국이 최종 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어떤 것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수백명을 배에 두고 먼저 탈출한 이씨보다 최후의 순간까지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박씨가 승무원의 본분에 충실했다는 점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21일 SNS에 “살신성인의 승무원” “비극 속에서 희망을 보여준 영웅”이라는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겁니다. 인터넷에서는 박씨를 의사자로 지정해 시신을 국립묘지에 안장하자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습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참여인원 10만명을 목표로 시작된 ‘박씨의 의사자 지정’ 청원에는 현재까지 2만5000명이 넘는 네티즌이 서명했습니다. 참여인원의 증가 속도로 볼 때 목표치 돌파는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여론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박씨 유족에게 장례비용으로 700만원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보태라”고 통보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 업체가 대중에게 용서를 구하기란 쉽지 않아 보이는군요.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