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기독교연합회장 유재명 안산빛나교회 목사 “침몰 사고로 멍든 사회 기도만이 치유의 길”

입력 2014-04-22 02:17


안산시기독교연합회장 유재명(57·사진) 안산빛나교회 목사는 21일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세월호 침몰 사고로 멍든 한국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교회”라며 “한국교회는 이제라도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기 위해 깨어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로 안산시기독교연합회 소속 교회에서만 60명 이상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 안산빛나교회에서도 3명이 실종된 상태다.

유 목사는 안산 단원구 원포공원로 빛나교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사랑하는 아들딸들이 차가운 진도 앞바다에 갇혔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목사로서 무능을 철저히 깨달았다”고 자책했다. 이어 “지진이 일어난 듯 안산이 흔들리고 있지만 부활신앙으로 무장한 크리스천들은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눈물 흘리며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1998년 성도 6명이 수련회 답사를 갔다가 시화호에서 숨지는 시련을 겪었다. 당시 유 목사와 안산빛나교회는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기도로 위기를 돌파했다.

유 목사는 무엇보다 한국사회가 정죄의 ‘돌’을 들어선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는 “한류가 인기를 끌고 휴대폰과 자동차가 세계를 누비고 있지만 침몰한 세월호가 대한민국의 진짜 모습”이라며 “우리의 아들딸을 바닷속에 가둔 것은 선주와 선장, 항해사가 아닌 바로 우리 기성세대”라고 지적했다. 아들딸들을 학원에 가두고, 성공주의에 가둔 우리가 신문과 TV를 보며 간음한 여인에게 돌 던지듯 정죄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유 목사는 “자신의 구명조끼를 학생들에게 건넸던 20대 여승무원의 모습이 바로 우리 모습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하나님을 실망시키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람들”이라며 “교회가 세상을 회복하는 소금 역할을 하기는커녕 악하고 음란한 세상을 쫓아 돈과 성공, 욕심에 취해 똑같이 비틀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요나처럼 배 밑에서 잠자는 한국교회는 세월호라는 풍랑 앞에 하루빨리 깨어나 죽음 건너에 영원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마지막에 유 목사는 이렇게 간구했다. “주님, 대한민국은 지금 당신이 필요합니다. 주여, 상처 입은 영혼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가 주십시오. 대한민국을 치유하시고, 안산 땅을 위로하시며, 단원구를 어루만져주옵소서. 단원고 교사와 학생들을 긍휼히 여겨주옵소서. 정부가 사고 수습을 잘할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주옵소서!”

안산=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