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눈물 한국인들 위로한다… 러시아 출신 막심 벤게로프 5월 20일 내한 공연
입력 2014-04-22 02:24
러시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40)는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43),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43)과 더불어 ‘러시아 신동 삼총사’로 불리며 세계무대를 누볐다. 다섯 살에 바이올린 리사이틀을 열어 명성을 쌓기 시작한 그는 열 살 때 폴란드 비에냐프스키 국제 콩쿠르, 열다섯 살 때 헝가리 카를 플레시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왕성한 공연 활동으로 전 세계 팬들로부터 인기를 한 몸에 받은 그는 1997년 유엔 친선대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꾸준히 음반을 발표해 2002년 그라모폰 올해의 연주자상과 2004년 그래미상 베스트 협주곡상을 받았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연주자”로 평가받는 그의 선율은 터질 듯한 팽팽한 긴장감과 열정을 선사하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2007년 어깨 부상으로 바이올린을 내려놓았다. 그 대신 지휘봉을 잡았다. 그해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북미 투어에 참여해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지휘자로 데뷔한 이후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 프랑스 파리 체임버 오케스트라, 캐나다 토론토 심포니 등을 이끌었다. 2010년에는 오스트리아 그슈타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첫 상임지휘자로 임명됐다.
“나는 세 살 때부터 합창 지휘자였던 어머니의 리허설에 동행했어요. 오케스트라 오보이스트였던 아버지의 공연에도 늘 함께 했지요. 이때부터 지휘는 항상 내 마음의 동경이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는 최악의 부상이었지만, 오히려 지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요.”
그러나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지휘가 바이올린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스위스 폴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5월 2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2011년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다시 바이올린을 잡은 그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공연의 1부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로 협주곡을 연주하고, 2부에서는 지휘자로 교향곡을 연주한다.
그가 선사할 프로그램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4·5번’을 비롯해 차이콥스키의 ‘우울한 세레나데’ ‘왈츠-스케르초’와 생상스의 ‘하바네즈’ 등이다. 1875년 차이콥스키가 35세 때 작곡한 ‘우울한 세레나데’는 바이올린의 대가 레오날드 아우어에게 바친 곡이다. 감미로운 관현악으로 시작해 슬픔과 근심으로 진행되다 템포가 점점 빨라지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공연은 지휘보다는 바이올린 협연에 초점을 맞췄다. 같은 오케스트라와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유럽 9개국 투어에서 “그가 손대는 모든 음악은 황금으로 변한다”는 찬사를 받았다. 고난을 희망으로 치유하는 그의 연주가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로 슬픔에 잠긴 한국인들에게 위로의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에 이어 5월 21일 대전 문화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관람료 5만∼18만원(02-318-4301).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