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컨트롤 타워 지금도 미덥지 못하다
입력 2014-04-22 02:51
대통령의 강한 질책도 실천 따라주지 않으면 공허할 뿐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세월호 침몰사고를 개탄하면서 정부의 위기대응시스템과 공무원들의 안일한 근무기강 등을 질책한 것은 수긍이 간다. 실종자 가족은 물론 전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수습과정은 우리가 과연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이 맞냐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사고 책임자들을 일벌백계하겠다는 다짐과 재난대응 능력의 쇄신이 꼭 이뤄지길 기대한다.
대통령의 분노와 질책은 국민안전을 주요 국정목표로 삼아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편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막상 대형 사고가 터지고 보니 아무것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참담한 현실을 지적한 것이라고 믿는다. 무엇보다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이 정부에서 퇴출시킬 것이란 약속은 반드시 실현됐으면 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번 사고 수습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정말 공무원을 위해 살았다’는 자조적인 독백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을 박 대통령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20년이 다 된 노후 선박을 구입하면서 구조까지 변경한 과정과 이후의 안전점검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등등. 사고 발생 전 여러 과정에서 한 사람의 공무원이라도 눈을 부릅뜨고 제 임무를 다했더라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마침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유기치사와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항해사 3명과 기관장을 체포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된 화물 과적 여부와 선박 증·개축 과정 등은 물론 화물적재 상태 등을 확인할 의무가 있는 한국해운조합 소속 관계자 등을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
복지부동하는 공무원 퇴출과 자기만 살기 위해 수많은 승객을 내팽개치고 달아난 선장과 위험을 초래한 해운 관련자들의 처벌 못지않게 재난방지시스템의 재구축이 시급하다. 만기친람(萬機親覽)형인 박 대통령의 명령과 지시가 일선 공무원의 행동에 반영되도록 꼼꼼하게 점검하는 것도 시급하다. 대통령이야 말 한마디로 끝나는 일이지만 이것이 국정에 반영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국민들은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이 담당 공무원을 질책하는 것은 물론 수사기관을 모두 동원해 사고의 원인(遠因)을 제공한 사람들까지 처벌하는 것을 숱하게 봐 왔다. 성수대교 붕괴가 그랬고 서해 페리호 사고, 삼풍백화점 참사 등 헤아릴 수 없는 대형 인재 때마다 반복됐다. 백서도 내고 시스템도 다시 정비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세계 최고의 IT 기술을 보유한 우리가 여객선에 타고 있던 어린 학생들 생명 하나 건지지 못한다는 비웃음을 사서야 되겠는가.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는 것은 짧은 기간 압축성장을 통해 선진국과 어깨를 같이 한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기부정이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안전한 국가라는 믿음이 서는 나라를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