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적 트라우마 더 깊어지기 전에 보살펴야

입력 2014-04-22 02:41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대한민국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사망·실종자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구조된 생존자와 그 가족들까지 심각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겪고 있다. 공포와 불안, 분노에 휩싸여 있어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방치하면 자칫 단원고 교감의 자살과 세월호 기관사의 자살기도 같은 일이 이어질지도 모른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피해자가 몰려 있는 경기도 안산 시민을 비롯한 상당수 일반 국민들도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당사자가 아니지만 간접 경험으로 인해 경미한 정신적 외상을 입은 상태라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 및 심리학 전문가들은 이를 ‘바이케어리어스 트라우마’라 부른다.

심리적, 정신적 고통은 뭐니뭐니해도 피해 당사자가 가장 크다. 사랑하는 가족을 싸늘한 시신으로 맞이해야 하는 사람,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가족들은 가슴이 찢어질 수밖에 없다. 생존자의 경우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커다란 죄책감으로 작용한다. 사고 수습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에 이런 불안정한 상태는 오래 갈 것이다. 때문에 정부가 이들을 상대로 정신질환 차원에서 심리치료에 착수해야 한다. 일부 지자체에 맡겨둘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트라우마는 수년에 걸쳐서도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일반 국민의 스트레스는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의 스트레스는 인명피해 규모가 워낙 크다는 점, 수백명 승객들을 내버려두고 도망친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원망, 정부의 우왕좌왕하는 모습, 국제적 망신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봐야겠다.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연배인 청소년, 대학생들이 동류의식 때문에 스트레스를 특히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와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 불신이 팽배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사고 관련 뉴스를 보면서 갑자기 눈물을 흘리거나 화를 내는 증상을 보인다.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아이들 보기에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속한 실종자 수색과 침몰 선박 조기 인양, 정부의 발 빠른 후속 조치가 국민들을 심리적 공황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와 관련한 언론의 품위 있는 보도 또한 매우 중요하다. 우리 언론은 현재 과열경쟁으로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고 있다. 특히 종편을 포함한 방송들이 금방 수습한 시신과 유가족의 울부짖는 모습을 여과 없이, 끊임없이 보도하는 것은 국민들을 정신적 패닉에 빠지게 한다. 이럴 바에야 국가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를 제외한 다른 방송사들은 이제 정규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