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우 목사의 시편] 말하지 마라
입력 2014-04-22 02:49
그렇게 빨리 침몰할 줄 몰랐다고 말하지 마라. 개조해서 그 많은 사람과 화물을 실었던 배가 기울었다면 침몰할 수밖에 없었다. 유속이 그렇게 빠를 줄 몰랐다고 말하지 마라. 구조는 매뉴얼대로 진행되었다고 말하지 마라. 구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인력을 집중 투입했어야 했다. 초기에 특수부대를 투입했다가 큰 사고가 아니어서 할 일 없이 머쓱해 돌아가도 좋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사람 생명이다. 사고 초기, 일개 시민인 필자도 해경만 가지고 될 일이 아니라고 소리쳤다. 육해공 특수부대와 특수 장비를 신속히 총동원해야 한다고 들어주지도 않을 말을 외쳐댔다.
유족들이 “선장 나와, 교장 나와, 대통령 나와, 해수부 장관 나와, 안행부 장관 나와”라고 소리쳐도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하지 마라. 죽은 사람에게 살아서 걸어 나오라고 소리칠 수 없는 힘없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마지막 울분이다. 교육청과 언론은 변명하지 마라. 당신들의 신중하지 못한 태도가 더 큰 상처를 남겼다.
같은 배를 탔지만 먼저 간 친구들에게 나만 살아남았다고 미안해하지 마라. 그들은 너희들이 미안해하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살아야 한다. 먼 훗날 천국에서 먼저 간 친구들을 만날 때 ‘네 몫까지 살았다’는 말을 해 주어야 한다. 그들은 너희들이 안전 전문가, 국가 재난 대책 위원장, 위기관리 매뉴얼 작성자, 긴급 구호대원이 되어 살리길 기도할 것이다. 친구들의 죽음이 유의미하도록 하는 것은 남은 자의 몫이다. 적어도 두 사람 몫은 감당하는 인생이 되어야 한다. 다시는 이런 터무니없는 희생이 생기지 않도록 너희 후배들을 지켜 주어야 한다.
미안하다고 말하지 마라. 그런 말로 위로할 수도 없고, 그렇게 말해서도 안 된다. 좋은 곳에 먼저 갔을 것이라고 말하지 마라. 그럼 당신 자식도 좋은 곳이니 먼저 보내보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합력해서 선을 이룰 것이라고도 말하지 마라. 선이고 뭐고 나중 일이니 지금은 살려 달라고 부르짖고 싶을 것이다.
포기하지 마라. 조류가 빨라도, 시계를 확보 할 수 없어도, 포기하지 마라. 그런 말 듣고 싶어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다. 미안하면 살려라. 마지막 한 생명까지, 한 생명도 남김없이 살려라. 우리가 만든 성과주의, 성공 제일주의, 물질 우선주의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우리의 책임이고 아픔이다. 몇 사람 처벌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명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소 잃었으면 외양간 고쳤어야지’ 이게 도대체 몇 번째란 말인가! 안전관련 매뉴얼을 해체하고 재창조해야 한다. 뼛속까지 바꿔야 한다. 우리 모두 철저히 하나님 앞에서 회개해야 한다. 천지를 심판하시고 노아 한 사람으로 새 시대를 창조하셨던 하나님의 재창조 앞에 순종해야 한다. 하나님은 한 사람을 찾으신다. 잘 사는 길이 아닌 올바른 길을 가는 한 사람을 찾으신다.
<일산 로고스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