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16) 줄무늬,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

입력 2014-04-22 02:30


프랑스인들이 즐겨 입는 줄무늬 티셔츠를 서울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내게는 이런 현상이 신기하다. 1980년대 초반 외국에서 살다 귀국했을 때만 해도 프렌치풍의 ‘세일러 스트라이프’는 귀했다. 2014년 서울 거리는 줄무늬 일색이다. 즐거운 비명을 지를 일이긴 하나 너도나도 수용하는 줄무늬 행진을 마주하니 예전만큼 찾게 되지 않는다. 그래도 좋다. 감각적인 줄무늬가 많아졌다는 것은 대중의 패션 마인드가 어느 정도 숙성되었음을 나타내는 셈이니.

프랑스인들이 줄무늬를 선호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줄무늬의 본고장이 바로 프랑스 북부의 브르타뉴이기 때문이다. 물기가 쉽게 침투하지 못하도록 탄탄히 짠 줄무늬 모직 스웨터를 그곳 어부들이 입어 널리 퍼지게 되었다. 프랑스 친구들에게 그들의 유난한 줄무늬 사랑을 물으면 어릴 적부터 늘 접하던 것이라 왜 좋아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줄무늬는 그들에게 유행이 아닌 일상이다.

줄무늬 티셔츠의 저력은 다양한 기능성에 있다. 청바지와 짝을 이루면 청바지의 캐주얼함에 시크한 숨을 넣어주고, 정장바지와 함께하면 산뜻함을 고조시켜 긴장감을 풀어준다. 옷 잘 입기로 소문난 한 지인은 소매가 길어도 시원해 보이는 까닭에 줄무늬 티셔츠를 총애한다. 혹자는 줄무늬가 몸을 확대시킨다고 하지만 그 시각적인 강렬함은 몸집으로 쏠리는 시선을 분산시킨다. 줄무늬는 스타일리시하고 발랄하고 유행을 타지 않으니 그 다재다능함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