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임영서 (7) 거듭된 사업 실패로 삶 포기 직전 “신앙인이…”

입력 2014-04-22 03:24


일본에서 돌아온 나는 사업을 하려다 초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부동산컨설팅 회사에 일단 취직했다. 일을 많이 따온 나는 월급이 아주 높았다. 사귀던 여자친구와 결혼도 하고 평범한 가장이 되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열망이 항상 끓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반짝했던 부동산컨설팅이 인기를 잃고 사장이 손을 떼자 내가 직원들을 데리고 한국경영정보연구원이란 창업컨설팅회사를 차렸다. 당시엔 이런 용어를 쓰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 그런데 직원들이 일을 가르쳐 놓으면 다른 곳으로 쏙쏙 빠져나가는 통에 인간적인 배신감이 컸다.

이번에는 회사 이름을 맥창업정보시스템으로 바꾸고 아파트나 빌딩의 엘리베이터에 명언과 함께 회사나 업체 광고를 해주는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수주를 받아도 실제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아 이익을 내지 못했다. 그래도 창업전문가로 알려져 방송출연이나 강의가 많아 회사운영자금을 간신히 메꾸곤 했다.

마지막 직격탄을 맞은 것은 10년이나 함께 일해 온 후배의 배신이었다. 그는 내가 오랜 기간 축적해 놓은 회사 자료를 모두 갖고 나가 새 회사를 차렸다. 충격이 컸지만 잊고 모든 것을 정리하기로 했다.

돌이켜 보니 19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간 나는 실패만 거듭하고 있었다. 집안 경제도 최악이었다. 딸아이가 심하게 아파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약값 1200원이 없었다. 누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단박에 거절을 당했다.

평소 내가 가족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 멋대로 행동하다가 도와달라고 하니 괘씸했을 것이다. 신앙인이라고 하면서 내가 살아온 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농약 한 병을 사들고 양평 고향 뒷산을 찾았다. 나를 찬찬히 돌이켜 보는데 이 정도의 일에 낙심하고 죽음까지 결심하는 내가 한심했다. 신앙인이라고 새벽기도회까지 열심히 다니던 내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악한 영이 나를 극도의 우울감에 빠지게 하고 생명까지 스스로 끊어 파멸시키려 했던 것이 분명했다. 우리 신앙인은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마귀의 올무에 걸리게 된다. 기독교인, 하나님의 사람들을 더 집요하게 공격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시절 뛰놀던 고향 뒷산에서 농약병을 버리고 다시 무릎을 꿇었다. 아무리 실패하고 좌절해도 낙심하지 않고 신앙을 잃지 않겠다고 기도했다. 오히려 나처럼 죽으려했던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데 힘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가족은 남산 밑 월세 옥탑방에 살았다. 난 이곳을 ‘골고다 언덕’이라 불렀다. 이곳에서 눈물의 기도를 매일 두 시간씩 드렸다. 그동안 겸손하지 못했고, 섬기지 못했으며, 나누지 않았던 것을 회개했다.

눈물의 기도는 반드시 열매가 있다. 유명 제과업체와 대기업 한 곳이 퇴직자를 위한 창업컨설팅강좌를 맡아 달라고 했다. 내 강의를 들었던 양 회사 간부들이 모두 입사를 제의했다.

“우리 제과 브랜드로 중국진출을 하려 합니다. 입사하면 연봉 1억원에 주택을 제공하고 모든 생활비를 대겠습니다.” “연봉 1억5000만원을 드리겠습니다. 퇴직자를 위한 창업 분야를 전담해 계속 지도해 주시고 도움을 주십시오.”

주위에선 모두 안정을 택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내게 다시 힘을 주셔서 이렇게 일어났는데 기도한 대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면 사업을 하는 것이 순서였다.

갈등하다 제의를 거절했다. 이제 내 사업을 해야 한다는 확고한 자신감이 생겼다. 신림동 순대타운 컨설팅을 맡은 나는 컨설팅료로 자그마한 회사 사무실을 얻을 수 있었다.

“하나님. 이제 새롭게 시작합니다. 하나님을 오너로 모시고 모든 일에 무릎부터 꿇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