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이주영 장관 일행, 실종자 가족에 “기념사진 찍자”

입력 2014-04-21 03:39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을 찾은 정부 고위인사 일행의 부적절한 처신이 실종자 가족들을 더욱 괴롭히고 있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20일 오후 6시쯤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이 장관은 가족 대표들을 만나 면담했다. 이 과정에서 장관 수행원 중 한 명이 가족들을 향해 “상담실에서 기념사진을 찍자”고 말해 실종자 가족들을 분노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수행원은 분노한 가족들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이 장관도 “미안하다. 아주 잘못했다”고 사과하며 팽목항 대합실에 마련된 상황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격분한 실종자 가족들이 “사진 찍자고 한 사람들을 상황실 밖으로 내보내라”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장관은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대합실에 갇힌 신세가 됐다. 결국 이 장관은 2시간여가 지난 오후 8시20분쯤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도망치듯 차량까지 이동해 팽목항을 떠났다. 이평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안전총괄부장은 이에 대해 “사고 현장을 방문한 것뿐이다. 기념촬영을 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침몰사고 당일이었던 지난 16일 구조된 학생들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서 장관은 구조된 학생들과 실종자 가족들이 바닥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의전용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는 장면이 일부 언론에 포착됐다. 가족들과 학생들이 바닥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의전용 의자에 앉아 탁자 위에 놓은 컵라면을 먹는 서 장관의 모습에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높았다. 서 장관은 이틀 후인 지난 18일 희생자 학생 장례식장을 찾은 자리에서도 유족들의 항의를 들어야 했다. 서 장관의 한 수행원이 경기도 안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유족에게 “교육부 장관님 오십니다”라고 귓속말을 했다. 유족들은 곧바로 “어쩌란 말이냐. 장관 왔다고 유족들에게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격하게 항의했다.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지난 19일 진도 팽목항에서 있었던 실종자 가족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제 더 이상 내가 할 일이 없다”며 “난 두 손 다 들었으니까 더 원하는 게 있으면 내 윗사람한테 가서 얘기해라”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가족들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해경에 더욱 적극적인 수색을 주문하자, 김 해경청장이 자포자기식 발언으로 책임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 해경청장의 발언을 직접 들은 실종자 가족은 “김 청장이 사고 수습을 통솔하기는커녕 무책임한 발언을 해 당황스러웠다”며 “해군에 협조도 안 되고, 제대로 된 지휘체계가 있기나 한 것이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김 청장을 배석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당시 김 청장의 발언은 실종자 가족들이 ‘군에 직접 명령을 내려라’ ‘배를 인양해라’ 등 한꺼번에 여러 요구를 하다 보니 얼떨결에 나온 것”이라면서도 “(김 청장이) ‘물러나야겠다’고 하기에 ‘그러면 안 된다’ ‘아랫사람들을 위해 참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진도=김유나 기자,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