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선원들 탈출 쉬운 선교에 집결해 있었다… 승객 구조 노력 안해
입력 2014-04-21 03:24
배가 침몰 중이던 화급한 때에 세월호 선원 상당수는 이미 조타실이 있는 선교(브리지)에 모여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승객들을 구조하려는 노력 대신 자신들의 탈출을 먼저 꾀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월호는 지난 16일 오전 9시17분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교신하면서 “지금 50도 이상 좌현으로 기울어져 사람이 좌우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이며 선원도 라이프 재킷(구명복)을 입고 대기하라고 했다”며 “선원들도 브리지에 모여 거동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고했다. 진도연안VTS가 “침수 상태가 어떠냐”고 물은 데 대한 답이었다.
당시 선박 안내방송에서는 “움직이지 말고 객실에 머물라”는 방송이 나가고 있었다. 해운법에 따른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에는 비상사태 발생 시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에게 ‘인명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할 것’ ‘사고 처리 업무는 모든 업무에 우선하여 처리할 것’ 등 행동지침이 제시돼 있다. 이에 따라 1등 항해사는 배의 우측, 2등 항해사는 배의 좌측을 맡아 탈출을 지휘하고, 조타수와 기관사는 배 양쪽의 구명정을 투하해야 한다. 세월호는 이미 9시14분 ‘배가 많이 기울어 탈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선원들은 비상임무 수행 없이 탈출이 용이한 브리지에 집결해 있었다. 객실보다 아래층에 있던 기관실 근무자도 대피 연락을 받고 승객들을 지나쳐 브리지로 올라갔다. 결국 선장 이준석(69)씨를 비롯해 1·2·3등 항해사 4명, 조타수 3명, 기관장·기관사 3명, 조기장·조기수 4명 등 선박직 15명 전원이 생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진도연안VTS와의 31분 교신 내용을 보면 이씨는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지난 1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면서 “퇴선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한 것이 거짓말이란 뜻이다. 세월호는 VTS에 거짓 보고도 했다. VTS가 9시23분에 승객 탈출을 지시하자 세월호는 “(선내) 방송도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객실에 머물라”는 방송은 오전 10시까지 계속됐다고 생존자들을 증언하고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