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수수료 왜 그리 고액인가 했더니… 황금채널 송출료 부담 납품사에 떠넘겨

입력 2014-04-21 02:31


중소 납품업체에 대한 TV홈쇼핑사의 ‘갑(甲)의 횡포’ 이면에는 복잡한 먹이사슬이 존재한다. 홈쇼핑사들은 납품업체들로부터 백화점보다 높은 판매수수료율을 받고 있지만 이들은 매년 1조원에 가까운 송출수수료를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게 갖다 바치고 있다. 중소 납품업체와 TV 시청자를 먹이 삼아 홈쇼핑사와 SO가 ‘악어와 악어새’로 공존하는 셈이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매수수료율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 6개사(CJO·GS·현대·롯데·농수산·홈앤쇼핑)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34.4%로 2012년(33.9%)보다 0.5%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백화점 7개사의 판매수수료율은 28.6%에서 28.5%로 소폭 하락했다.

TV홈쇼핑사들은 높은 판매수수료율의 원인으로 송출수수료를 꼽는다. 이들 회사가 지상파 채널 중간의 황금채널을 배정받기 위해 SO에 지급하는 송출수수료는 지난해 9800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6개사의 영업이익(6844억원)을 다 합해도 송출수수료에 미치지 못한다. 2009년 4100억원이던 송출수수료는 4년 새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높은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사가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이들 회사는 송출수수료 부담을 줄이려면 지상파 채널 사이의 황금채널을 포기하면 된다. 그러나 이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채널 20번 이하에 홈쇼핑용 채널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TV홈쇼핑 신설에도 반대하고 있다.

홈쇼핑사가 황금채널을 고집하면서 시청자들은 지상파 채널을 돌릴 때마다 홈쇼핑 채널을 봐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또 이를 유지하기 위한 부담은 높은 판매수수료율로 중소 납품업체가 떠맡는 꼴이다.

이 때문에 TV홈쇼핑 업계의 불공정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시장구조 개선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공정위는 2010년 TV홈쇼핑의 판매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중소기업 전용 TV홈쇼핑 채널 신설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롯데홈쇼핑의 납품비리 조사에서 거래구조 등 구조적인 문제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