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운항 이상 징후 뒤늦게 감지…진도관제센터 18분 지나서야 호출, 상황공유 안한 듯

입력 2014-04-21 04:13
세월호 침몰사고가 사망·실종자 302명이란 대참사가 된 데는 해경의 초기대응 실패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세월호 선장이 상황을 오판해 승객들에게 신속한 대피를 지시하지 않은 게 결정적인 원인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구조·구난의 최일선에 있는 해경도 초기에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응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것이다.

김세원 한국해양대 교수는 20일 “대피명령은 최종적으로 선장의 권한이지만 해경이 세월호와 상황을 공유해 선장이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전남 목포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에 세월호 조난신고가 접수된 것은 16일 오전 8시58분이었다. 그러나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한 건 30여분이 지난 뒤였고 세월호는 60도 이상 기울어 침몰해 가고 있었다. 곧 뒤집힐 상황이었지만 선장 이준석(69)씨는 승객들에게 그때까지도 선박 탈출 지시를 하지 않고 있었다. 조류가 빠르고 수온이 찬 데다 구조선도 도착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선박이 복원력을 상실해 침몰해 가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안이한 판단이었다.

선장의 오판이 대참사로 이어졌지만 해경 측의 대응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해경이 운영하는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세월호의 이상 징후를 뒤늦게야 감지했다. 세월호는 오전 8시48분37초 갑자기 서남쪽으로 100도 이상 급선회하고 8시52분13초에 다시 방향을 북쪽으로 틀어 느리게 지그재그로 움직였다. 정상적인 선박 운항이 아니었지만 진도연안VTS는 이상 징후를 감지하지 못하다 18분이 흐른 9시6분 세월호를 호출, “지금 침몰 중입니까”라고 물었다. 해경에 조난신고가 접수된 후 8분이 지나서야 교신을 시도한 것으로 봐 진도연안VTS와 상황을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진도연안VTS는 9시7분 세월호와 첫 교신이 이뤄져 37분까지 20여 차례 교신했지만 최악의 상황을 막지 못했다. 진도연안VTS는 오전 9시23분쯤 세월호가 침몰 직전이라는 걸 파악했는데도 탈출을 적극적으로 권고하지 않았다. 오전 9시25분쯤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장님이 최종 판단을 해서 승객 탈출을 시킬지 빨리 결정을 내리라”며 손을 놓았다.

결국 세월호는 사고 후 40여분 동안 승객 구난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다수 승객들은 선박이 침몰해 가는 상황인데도 “구명조끼를 입고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믿고 선실에 남아 있다가 탈출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해경은 구조대를 신속하게 현장으로 출동시키는 것과 함께 선박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지시했어야 했는데 이런 역할을 소홀히 한 것이다. 해경은 현장에 도착해 구조 활동에 나섰지만 배는 가라앉기 직전이었고 뒤늦게 탈출에 나선 일부 승객들을 구조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목포=김영균 기자, 김현길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