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협회 120여 회원들 DMZ 문학기행 “남북이 詩로써 연결할 날 오리라”

입력 2014-04-21 02:20

“봄은/ 시인의 모국어에서 먼저 온다/ 한반도의 봄은/ 155마일 DMZ의 녹슨 철책선/ 미완성의 시로부터 온다”

1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내에 있는 반환 미군기지 ‘캠프 그리브스’. 김종철 한국시인협회장이 낭송한 자작시 ‘DMZ 미완성의 봄-북녘 시인들에게’가 북녘 땅을 향해 잔잔히 울려 퍼졌다. 이어 정끝별 시인은 ‘북녘의 시인에게’를, 박정대 시인은 ‘비무장지대는 이끼도롱뇽의 북방한계선’이라는 제목의 시를 가슴 먹먹하게 읽어 내려갔다.

한국시인협회가 마련한 문학기행 ‘시인이여, DMZ를 기억하라’엔 120여 명의 시인들이 참가해 때로는 눈을 지그시 감고 때로는 건너편 임진강을 내려다보며 민족 분단의 아픔을 직접 체감했다. 이날 시인들과 함께 허준 묘소, 도라산 역, 제3 땅굴 등 DMZ 일원의 주요 지역을 답사한 김 회장은 “155마일 DMZ의 철책선을 남과 북의 시인들이 시로써 연결할 날이 곧 오리라고 믿는다”며 “남북시인대회도 올해 개최되도록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문학기행 ‘시인이여, DMZ를 기억하라’ 역시 남북시인대회를 위한 예비 작업이다. 시인협회는 이날 현장을 둘러본 시인들의 시를 모아 9월 중 공동 시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비무장지대(DMZ)에서 남쪽으로 불과 2㎞가량 떨어진 ‘캠프 그리브스’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7월부터 50여 년간 주둔하던 미군 병력이 2007년 8월 이라크로 떠나면서 우리 정부에 반환했으며 현재 총 사업비 529억원을 들여 안보체험 및 휴양시설지구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1단계 공사는 2018년, 2단계 공사는 2024년 마무리된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