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선장이 판단해 탈출(09:25)” 지시에 “바로 구조되나(09:26)”만 되풀이
입력 2014-04-21 04:06 수정 2014-04-21 20:38
세월호가 침몰되기 직전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나눈 교신 내용이 20일 공개됐다. 진도연안VTS와 세월호는 지난 16일 오전 9시7분부터 9시38분까지 31분간 교신했다. 진도연안VTS는 세월호가 침몰 위기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최대한 나가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를 입도록 조치 바랍니다”라고 지시했다. “라이프링(구명튜브)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십시오. 빨리!”라고 다급하게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호는 “방송도 불가능하다”거나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소리만 되풀이했다. 승객들의 상태를 계속 점검하며 탈출 결정을 내리라고 재촉하는 진도연안VTS에 대해 세월호는 “해경 구조대가 오는 데 얼마나 걸리겠습니까”만 되물었다. 승객과 선실의 안전을 체크하고 탈출시키려 애쓰는 정황은 찾기 어려웠다.
진도연안VTS가 세월호를 처음 호출한 건 오전 9시6분. 진도연안VTS는 다급하게 3차례나 세월호를 호출했다. 곧이어 9시7분 세월호가 처음으로 응답했다. 답변이 오자 진도연안VTS는 “귀선 지금 침몰중입니까?”라고 상황을 확인했고, 세월호는 “예, 그렇습니다. 해경 빨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진도연안VTS는 인근을 항해하고 있던 국내외 선박에 구조 협조를 부탁했고 9시10분쯤 다시 세월호를 불러 상황을 물었다. 세월호는 “너무 기울어져 있어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응답했다. 진도연안VTS는 9시12분쯤 승선원(승객과 선원)들이 구조보트에 타고 있는지를 물었고, 세월호는 “아직 못 타고 있습니다. 지금 배가 기울어서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9시14분쯤 진도연안VTS는 “현재 승객들이 탈출 가능합니까”라고 거듭 확인했고, 세월호는 “탈출이 불가능합니다”라고 답했다. 같은 시간 지원 요청을 받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온 한 선박은 세월호에서 빠져나오는 구명보트를 목격하고 진도연안VTS에 “옆에 보트가 탈출하네요”라고 상황을 알렸다. 보트에 누가 탔는지 확인되진 않았지만 승무원들이 탔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9시17분쯤 진도연안VTS가 침수상태에 대해 묻자 세월호는 “선원도 라이프재킷(구명조끼) 입고 대기하라고 했는데…확인도 불가능한 상태고 선원들도 브리지(함교)에 모여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입니다. 빨리 와 주시기 바랍니다”라고만 답했다. 이어 9시18분에 진도연안VTS가 “물이 얼마나 차 있나”라고 물었지만 세월호는 “확인이 안 됩니다. 브리지에서 좌우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어 벽을 잡고 버티고 있는 상태입니다”라고 응답했다. 배가 침몰하는 급박한 상황임에도 선원들 상당수는 연락을 받고 브리지에 모여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브리지에 있던 선원들 중 선실이나 승객의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상황을 파악하려 시도하는 움직임조차 없었다.
몇 분 후인 9시21분쯤 세월호는 “해경이 구조차 오고 있습니까?”라고 다급하게 진도연안VTS에 물었다. 22분에도 “해경이 오는데 얼마나 걸리겠습니까?”라고 다시 물었다.
9시23분 진도연안VTS가 “경비정 도착 15분 전이니 방송해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착용토록 하세요”라고 요청했다. 이에 세월호는 “현재 방송도 불가능한 상태입니다”라고만 답했다. 그러자 진도연안VTS는 9시24분 “방송이 안 되더라도 최대한 나가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와 두꺼운 옷을 입도록 조치 바랍니다”라고 거듭 요청했다. 하지만 세월호는 “승객들을 탈출시키면 구조가 바로 되겠습니까?”라며 엉뚱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러자 진도연안VTS는 다급하게 “라이프링(구명튜브)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십시오. 빨리!”라고 외쳤다.
진도연안VTS는 9시25분 다시 “선장이 직접 판단해서 인명 탈출 시키세요”라고 세월호에 알렸으나, 세월호는 9시26분 “그게 아니고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라며 구조 가능성을 되물었다. 진도연안VTS가 9시27분 “1분 후에 헬기가 도착 예정”이라고 전하자 세월호는 9시28분 “승객이 너무 많아서 헬기 가지고는 안 될 거 같습니다”라고 응답했다.
세월호는 9시32분 당시의 선박 위치를 진도연안VTS에 통보한 뒤 몇 분간 침묵했다. 9시37분에서 38분 사이 진도연안VTS가 다시 침수 상태를 물어보자 “침수상태 확인 불가하고 좌현으로 탈출한 사람만 탈출 시도하고 있는…방송했는데 좌현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습니다”라고 응답했다. 이어 세월호는 “배가 한 60도 정도만 좌현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라고 진도연안VTS에 통보했다. 세월호와 진도연안VTS 간 마지막 교신이었다. 세월호는 마지막 교신에서도 승객들의 탈출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진도연안VTS는 이후 9시41분과 45분, 51분 등 여러 차례 세월호를 다시 호출했으나 세월호의 응답은 없었다.
진도=박세환 박요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