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승객 탈출시켜라” 외면… 선원들만 퇴선

입력 2014-04-21 04:03


세월호가 16일 사고 직후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로부터 구명동의 착용과 인명탈출 등 긴급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받고도 상황 파악조차 안 돼 우왕좌왕하다가 30여분의 시간만 허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는 사고 지점이 진도연안VTS 관제 구역인데도 엉뚱하게 목적지인 제주VTS에 사고를 신고해 초동 대처가 늦어졌다.

범정부 사고수습대책본부는 사고 닷새째인 20일 오후 세월호 항해사와 진도연안VTS 간 교신 녹취록을 공개했다.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55분 제주VTS에 ‘배가 넘어간다. 해경에 연락해 달라’고 신고한 뒤 10여분이 지난 오전 9시7분 진도연안VTS의 호출을 받고서야 교신을 시작했다.

이후 오전 9시37분까지 31분간 항해사가 25차례 정도 교신했지만 이준석(69) 선장이 교신 중에 어떤 조치를 취한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진도연안VTS는 오전 9시25분 “선장님이 직접 판단하셔서 인명 탈출 시키세요”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세월호는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고 경비정과 구조헬기 도착 시간을 묻다가 교신이 끊겼다. 교신이 끊긴 뒤 오전 10시쯤 이준석 선장과 선박직 승무원 등은 세월호를 먼저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배가 많이 기운 상태에서도 ‘객실에 머물라’는 방송만 믿고 대피하지 않다가 화를 당했다. 선장이 퇴선명령을 제때 내리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사실로 확인됐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를 운행하는 선박회사 최대주주인 유모씨 등 2명과 청해진해운 김한식(72) 사장 등 30~40명을 출국금지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대형 참사는 결국 선박회사와 선주의 경영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인천지검에 선박회사 경영진 수사를 별도 지시했다. 합수부는 이씨 등 구속된 피의자 3명을 포함해 관계자 10여명을 소환조사했다. 또 승객, 선원 간 대화내용으로 사고 당시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카카오톡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오후 10시 현재 안산 단원고 학생 등 22명의 시신이 추가로 수습돼 사망자는 58명으로 늘었다.

한편 정부는 사고 학생 출신지역인 경기도 안산시와 사고 지역인 전남 진도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진도=전웅빈 기자, 김재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