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검은 리본 단 미셸 위 3년 8개월 만에 명예 되찾았다
입력 2014-04-21 02:36
미셸 위(25·나이키골프)가 돌아왔다. 고향인 하와이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3년 8개월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미셸 위는 20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코올리나 골프클럽(파72·6383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써낸 미셸 위는 안젤라 스탠퍼드(미국·12언더파 276타)에 두 타차 역전 우승을 거뒀다. 그의 LPGA 통산 3번째 우승이자, 79번의 도전 끝에 다시 밟은 정상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며 검은 리본을 모자에 달고 경기에 나선 미셸 위와 김효주는 4타 앞선 스탠퍼드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격돌했다. 미셸 위는 6번홀까지 3타를 줄이면서 스탠퍼드를 1타차로 압박했다. 김효주도 7번홀(파4)에서 1.5m가량의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따라붙었다. 8번홀(파3)에선 스탠퍼드가 보기를 기록해 세 선수가 공동 선두가 됐다. 미셸 위는 12, 13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써내면서 치고 나간 뒤 끝까지 선두를 지켜냈다.
‘천재 골프소녀’로 불리며 13세 때인 2002년 최연소로 LPGA 투어 대회에 나선 그는 2005년 LPGA 챔피언십 2위, 브리티시오픈 3위에 오르며 그해 10월 프로로 전향했다. 그러나 프로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09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과 2010년 8월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우승하긴 했으나 오랫동안 부진에 허덕였다. 스탠퍼드대학에서 학업을 병행하느라 2012년에는 23개 대회 중 10개 대회에서 컷 탈락하며 세계랭킹도 60위권으로 밀려나며 깊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그해 대학을 졸업해 학업부담을 털어낸 미셀위는 본격적으로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먼저 몸을 ‘ㄱ’ 자로 굽히는 퍼트 자세로 바꿨다. 자세가 엉성하고 우스꽝스럽다는 비판을 무시하고 꾸준히 몸에 익힌 결과 퍼트 정확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아이언 샷도 올 들어 그린 적중률이 80%(LPGA 투어 1위)에 이를 정도로 향상됐다. 하와이의 강풍에 익숙한 것도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게다가 코올리나 골프장은 그의 경험을 토대로 제작된 ‘무당벌레의 전설’(The Legend of the Ladybug) 소녀상이 있는 곳이다. ‘무당벌레가 어깨에 앉으면 따뜻한 말을 건네며 손가락으로 옮긴 뒤 부드러운 입김으로 보내줘야 한다. 그러면 행운의 여신이 우승컵을 가져다준다’는 내용이다. 추억이 깃든 곳에서 부활이 시작된 셈이다.
미셸 위는 경기 후 “세월호 침몰 사고는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이번 주 내내 검은 리본을 달았다. 모든 가족에게 기도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이날만 5타를 줄여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단독 3위에 올랐다. 김효주(19·롯데)는 4위, 최운정(24·볼빅)과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은 공동 5위로 마쳤다. 박세리(37·KDB금융그룹)는 6언더파 282타로 공동 9위에 자리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