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쌓아두는 재벌들… 긴 불황에 대규모 투자 머뭇머뭇
입력 2014-04-21 02:52
긴 불황에다 고착화되는 우리 경제의 저성장과 오리무중인 미래성장엔진 때문에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다. 금고에 돈을 쌓아만 두면서 10대 재벌그룹의 유보율이 1500%를 넘어섰다.
금융투자업계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20일 집계한 결과 유가증권시장의 10대 재벌그룹 소속 12월 결산법인 70곳의 지난해 유보율은 1578.5%로 나타났다. 전년도(1414.2%)보다 164.3% 포인트나 높아진 것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에는 900%대 초반에 불과했다. 유보율은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유보율이 높을수록 벌어들인 돈을 쌓아두고 있다는 의미다.
70개 기업의 잉여금 총액은 444조2000억원으로 전년 399조2000억원보다 11.3% 늘었다. 반면 자본금은 28조1000억원으로 전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룹별로 보면 롯데그룹의 유보율이 5767%로 가장 높았다. 롯데그룹 소속 6개 상장사의 잉여금 총액은 27조원으로 자본금(5000억원)의 58배에 육박했다. 이어 포스코(3937%) 삼성(3321%) 현대중공업(3092%) 현대자동차(1661%) SK(984%) GS(894%) LG(570%) 한화(479%) 한진(189%) 등이었다.
한편 사업보고서 분석이 가능한 유가증권시장 700개 상장사 가운데 유보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태광산업으로 3만9971%였다. SK텔레콤도 3만4905%를 기록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