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입력 2014-04-21 02:42
‘트라우마’, 즉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란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한 사고를 경험하고 난 후에 그 충격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증상군을 말한다. 자연재해, 교통사고, 강도 등 각종 사고를 겪은 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6일 오전 목포 앞바다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를 겪은 생존자는 물론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자칫 극심한 정신적 충격에 의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가급적 겪지 않도록 돕는 것도 사고수습 못지않게 중요하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나타나는 시기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지 3개월 내에 증상이 시작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사건 이후 몇 년이 지난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수개월 뒤 사건이 사람들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질 무렵, 피해자들은 더 큰 이중의 고통을 경험할 수도 있다. 보건당국이 생존자들의 신체적 손상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정신건강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환자들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고 장면이 자꾸 떠오르거나 사고 관련된 꿈을 꾸는 등 재(再)경험을 겪고, 사고와 유사한 자극에도 마치 사고 당시와 같은 정서적 곤란을 경험한다. 아예 마음의 문을 닫아놓은 채 외부와 담을 쌓고 사는 것처럼 심한 정서적 위축상태에 빠지게 되고, 멍하고 감정이 없는 사람같이 변하기도 한다. 반면 전화벨만 울려도 심하게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진정이 안 되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외부 자극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결국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그러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의료진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개입, 조기 치료할 경우 치료에 비교적 잘 반응하는 질환이기도 하다. 사고 수일 이내의 조기 중재를 통해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그중 정신·심리적 이상 증세를 보이는 환자를 빨리 돌보는 방법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의 진행을 막을 수도 있다.
똑같은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어떤 사람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가벼운 정서적 후유증만 경험하고 넘어간다. 이는 사람마다 경험과 성격에 차이가 있으며,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양상과 대처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에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도록 스스로를 훈련시키는 것은 정신적 외상 후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심각한 사고나 정서적 외상을 경험한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나타난다고 판단될 때는 주저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수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