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틈에 유언비어 퍼뜨리는 천박함이라니

입력 2014-04-21 02:11

온 국민의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침몰 나흘째인 20일까지 첫날 구조된 174명 외에 안타깝게도 생존자 추가 구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지켜보는 국민들의 가슴도 이토록 찢어지는데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과 아픔, 비통함이야 오죽할까 싶다.

생업을 뒤로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은 사고 현장에 내려가 힘을 보탰고, 그러지 못한 국민들은 실종자 무사 귀환을 기도하며 마음을 보태고 있다. 세월호 피해자를 돕기 위한 각계의 온정도 답지하고 있다. 국민들이 내 일처럼 한마음으로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을 보면서 큰 재난일수록 더 뜨거운 동포애를 발휘하는 ‘우리는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을 느꼈다.

사랑하는 우리의 아들, 딸, 부모, 형제 수백 명이 생사를 모른 채 수십 미터 깜깜한 바닷속에 갇혀 있다. 지금은 나라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구조에 전념할 때다. 국민의 마음 또한 그렇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국민과 실종자 가족을 또 한번 피멍들게 하는 패륜적 일들이 되풀이되고 있다.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유언비어도 난무하고 있다.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르는 이런 자들에게 관용은 무의미하다.

사고 초기 “배 안의 생존자에게서 문자가 왔다” “이번 사고는 정부의 자작극”이라는 등의 확인되지 않았거나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됐다. 특히 거짓으로 밝혀진 “경찰이 민간 잠수사의 잠수를 막았다”는 홍모씨의 방송 인터뷰는 한때 국민을 분노케 했다. 이들의 무책임한 언동은 실종자 생환을 간절히 바라는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슬픔과 좌절을 안겼다. 더욱이 목숨을 걸고 수색과 구조 활동에 진력하고 있는 모든 민·관·군 종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기를 저하시켰다. 중범죄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과 걱정을 악용한 스미싱 사기 또한 끝까지 추적해 법의 엄정함을 보여야 한다. 벌써 확인된 것만 4건에 이른다. 대재난을 자기 일처럼 공감하고 선의로 연대를 꾀하려는 국민들이 함부로 마음조차 열지 못하게 하는 삭막한 세상이 됐다.

더 기막힌 일도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실종자 가족을 등치려는 브로커들까지 활개치고 있다고 한다. 실종자 가족에게 접근해 “1억원을 주면 실종자를 배에서 꺼내주겠다”고 했다니 차마 인간이라고 할 수 없다. 실종자 가족들이 숙소로 사용하는 진도실내체육관에선 절도 사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진도로 여행 간 일부 관광객들은 구조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했다고 한다.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정부만 삼류가 아니다. 구조에 힘을 보태지는 못할망정 훼방하는 것은 대한민국 구성원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