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빠진 이 땅에 부활의 소망이 임하게 하소서”… 전국교회 일제히 부활절 예배
입력 2014-04-21 02:26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한국교회는 20일 로마서(12:15)의 가르침을 몸으로 실천한 부활절을 보냈다. 이날 오전 5시,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과 부산, 대전, 대구, 강원, 경기 등 전국 37개 지역에서 ‘생명의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주제로 부활절연합예배가 열렸다. 예배에 참석한 목회자와 성도들은 부활의 기쁨을 찬양하며 부활하신 예수의 능력과 소망이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그 가족들과 함께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애도와 위로의 분위기 속에 진행된 예배에서는 화려한 부활의 찬송 대신 부활의 메시지를 담은 엄숙한 찬송이 불렸다.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2014년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는 세월호 실종자의 생환과 희생자 유가족들을 위한 특별기도로 시작됐다. 기도를 인도한 양병희 목사는 “요나의 기적을 한국사회가 목도하게 해 달라”며 “단 한 생명이라도 무사히 돌아와 가족을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51개 교단에서 참여한 1만여명의 성도들은 모두 일어나 기도했다.
상임대표대회장 장종현 목사는 대회사를 통해 “예기치 않은 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고 깊은 절망과 슬픔 가운데 있는 가족과 국민들에게 부활의 소망이 함께하기를 기도한다”며 “오늘의 절망적인 애가(哀歌)를 소망과 축복의 찬가(讚歌)로 만들어 달라”고 간구했다.
메시지를 전한 김장환 목사도 “한국교회 성도 모두가 부활을 확신하는 부활절이 되기를 기도한다”며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찬물에 갇혀 있는 어린 학생들과 진도 앞바다에서 애태우고 있는 가족들에게 하나님께서 산 소망을 주실 줄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연합예배에는 정관계 인사가 다수 참석했지만 일체의 내빈 소개 없이 예배와 기도에만 집중했다.
세월호 침몰로 다수의 희생자와 실종자가 발생한 안산지역 연합예배에서는 어느 곳보다 뜨겁고 간절한 기도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산 빛나교회에서 가진 연합예배에서 고훈 안산제일교회 목사는 ‘십자가로 부활하라’는 설교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안산이 눈물의 땅, 통곡의 땅이 됐다”며 “부활 앞에 어둠은 삼천리 밖으로 밀려나게 돼 있기에 부활의 예수가 슬픔과 아픔을 삼켜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존자는 살아 돌아오게 하시고 잠자는 자는 부활로 돌아오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학생 3명이 실종된 안산 빛나교회(유재명 목사)의 교회학교 교사 진주은(48·여)씨가 실종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자 교회는 눈물바다가 됐다. 진씨는 “얘들아, 너희들 지금 어디 있니. 선생님이 많이 보고 싶다. 대답 좀 해 봐라. 선생님의 마음은 타들어간다”며 울먹였다. 참석자들은 진씨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성도들은 세월호 사고로 고통을 겪는 이웃과 나라, 민족, 다음세대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최승욱 기자, 안산=백상현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