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연한 주말… 극장 관객 줄고 축제 미뤄
입력 2014-04-21 02:21
진도 여객선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극장을 찾는 등 봄날 나들이에 나서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 브라운관에선 ‘웃음’이 사라졌으며 음악 페스티벌이나 각종 문화계 행사들 역시 연기 또는 취소되고 있다.
20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토요일인 전날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43만명에 불과했다. 전주 토요일(12일) 기록한 관객 수 59만명보다 16만명이나 줄어든 숫자다. 이러한 수치는 토요일 관객 수로는 올 들어 가장 적은 것으로 진도 여객선 참사가 결정적인 요인이었다는 게 영화계 안팎의 분석이다. 통상적으로 매주 토요일 영화관 관객 수는 60만∼80만명 수준이다.
진도 여객선 참사는 방송가 편성표도 뒤흔들어 놨다. 일부 드라마는 전파를 탔지만 ‘해피선데이-1박2일’(KBS2) ‘무한도전’(MBC) 등 주말 안방극장을 책임지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은 대부분 결방됐다. 지상파 방송3사는 이들 프로그램 대신 교양 프로그램 또는 다큐멘터리를 대체 편성했다. 방송사들은 특보를 방송하지 않을 때엔 자막을 통해 여객선 참사 속보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진도 여객선 참사를 다룬 시사 프로그램들은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에 따르면 여객선 사고를 심층 보도한 ‘추적 60분’(KBS2·19일 밤 10시8분 방영)은 시청률이 전주보다 1.8% 포인트 상승한 6.0%를 기록했다. 비슷한 내용을 다룬 ‘생방송 심야토론’(KBS1·19일 밤 12시30분 방영)의 시청률은 올해 방송분 중 가장 높은 4.3%였다.
화창한 봄날을 맞아 열릴 예정이던 음악 페스티벌이나 각종 문화계 행사 등이 연기 또는 취소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봄철 음악 페스티벌의 아이콘과 같았던 ‘그린플러그드’가 대표적이다. 다음 달 3∼4일, 서울 마포구 한강난지로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축제는 다음 달 31일과 6월 1일로 일정이 변경됐다. 주최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의 상황으로 따뜻한 봄날을 즐기거나 행복한 봄날의 소풍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밖에 다음 달 4일부터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종묘 등 고궁에서 진행 예정이던 ‘고궁에서 우리 음악 듣기’ 공연도 이번 사고로 일정이 잠정 연기됐다.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는 22∼27일 관객과의 대화 및 배우들의 사인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뮤지컬 ‘오필리어’는 23일 예정한 제작발표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제작사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큰 아픔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심 끝에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