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구세군 ‘사랑 자전거’… 한국구세군, 캄보디아 돕기 모금 프로젝트로 시작

입력 2014-04-21 02:56


장바구니를 단 하얀 자전거 52대가 울퉁불퉁 시골길을 달려온다. 자전거에 탄 아이들이나 걸어오는 아이들이나 서로를 바라보며 싱글벙글이다. 한번 얻어 타고 싶은 아이는 친구의 자전거를 밀어주며 끊임없이 말을 건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시골 마을의 뽀미우 초등학교에서 매일 아침 벌어지는 풍경이다. 이 자전거는 한국에서 달려온 사랑의 자전거다. 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걸어서 학교를 오가는 이 마을의 아이들을 위해 한국구세군이 52대의 자전거를 보냈다. 사랑을 연료로 달리는 이 자전거가 캄보디아의 시골마을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한국구세군은 2009년부터 캄보디아를 도와왔다. 2012년에는 선교사를 정식으로 파송하고 수도 프놈펜에 구세군 대표부를 설립했다. 캄보디아 정부의 종교단체 등록 승인도 받았다. 한국구세군이 캄보디아에 개척을 한 것이다. 한국구세군이 해외에 대표부를 세운 것은 2008년 몽골에 이어 두 번째다.

캄보디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연간 1017달러로 세계 최빈국에 속한다. 특히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기 어려운 열악한 교육환경과 어린이들까지 돈벌이에 나서야 하는 아동노동이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배움에 목말라 2∼3시간씩 걸어서 학교를 오는 어린이들에게 자전거가 주어진다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훨씬 편하게 등하교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유용하다.

캄보디아 구세군의 요청을 받은 한국구세군은 지난해 자전거 보내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캄보디아 어린이에게 자전거를 보내기 위해 하루에 100원씩 1년간 3만6500원을 모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사랑의 자전거를 만드는 ‘사랑 나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 소식을 접하고 경기도 평택의 고교생들이 나섰다. 한광고·한광여고의 봉사동아리인 레인보우스쿨 학생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구세군의 캠페인을 발견하고는 캄보디아의 ‘동생’들을 위해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자 학교(아이들 자전거 태워 학교 보내기)’라는 타이틀까지 만들어 친구들에게 캄보디아 이야기를 들려줬다. 112명의 학생들이 모금에 동참했다. 용돈을 아껴 모두 405만1500원을 모았다. 한광고 윤상용 교사는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줄 몰랐다”며 “지금도 계속 모금하고 있는데 올 여름방학에 직접 캄보디아를 찾아가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전했다.

한국구세군은 이들이 모은 돈으로 52대의 자전거를 마련해 이달 초 뽀미우 초등학교를 찾아가 전달했다. 자전거를 받은 학생들은 자신보다 큰 자전거를 받으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뽀미우 초등학교 교장은 “캄보디아에서 자전거는 아이들이 통학 할 때뿐만 아니라 부모님이 일을 하거나 생활을 할 때에도 매우 유용한 재산”이라며 “이런 시골마을까지 찾아와 귀한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했다.

한광고·한광여고 학생들의 자전거 후원은 사랑나눔 프로젝트의 첫 결실이었다. 한국구세군 홍보팀 관계자는 “사실 지난해 캠페인을 시작하고도 방향을 확신하지 못했는데 현장에 와보니 더욱 본격적으로 자전거 보내기 운동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든다”며 “한광고와 한광여고 학생들이 스스로 캠페인에 나서서 친구들을 불러 모으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어린이에게 자전거를 보내는 일에는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구세군은 하루 100원씩 캄보디아 어린이를 위한 후원을 약속하는 이들에게 VIP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VIP카드가 있으면 전국 1000여개 영화관에서 관람료가 30% 할인된다. 또 매달 사용하지 않고 남은 문자메시지로 후원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는 구글플레이스토어나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구세군기부천사’를 설치해 기부에 동의하기만 하면 된다(문의 02-6364-4072).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