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잘 다녀오란 말도 못했는데… 실종학생에 보내는 교회학교 교사의 편지

입력 2014-04-20 14:15

사랑하는 박00, 정00, 허00아!!!

얘들아 어디 있니? 선생님은 너희들이 너무 많이 보고 싶다. 대답 좀 해봐.

아무리 목 놓아 불러 봐도 대답 없는 너희들에 선생님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전화를 여러 번 시도해도 받지 않는 너희들의 카카오톡에 지워지지 않는 숫자가 그 어느 때보다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구나.

불안감과 긴장감이 감도는 절박한 시간에 여기저기에서 전화벨이 울리고 초를 다투는 방송은 절박한 사항을 이야기하고 있고 눈을 돌릴 수 없어. TV에 시선을 고정하며 혹 우리 아이들의 이름이 불려질까, 생존자 명단에 우리 아이들의 이름이 있는데 보지 못한 건 아닌지, 불렀는데 듣지 못한 건 아닌지 다시 듣고 또 다시 들으며 절박하게 기도한다.

‘하나님 우리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아니 살려주세요. 잘 다녀오겠다고 웃으면서 나갔을 아이들이 어찌하여 바다 속 깊은 속에서 살려달라고 공포 속에 떨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바깥세상과 차단된 어둡고 차가운 곳에서 울부짖는 우리 아이들의 절규가 들립니다.’

유독이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아서 쉽게 친구들과 사귐에 있어서 많이 힘들어했던 00아, 00아, 너희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너희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교회 안에서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를 기도하며 고민하며 조심스럽게 다가갔지. “얘들아 우리 밥 먹을까? 선생님이 너희들한테 잘 보이고 싶은데 그래서 같이 밥 먹고 싶은데.” “왜요?”라고 반문하는 너희에게 “난 너희들의 교회선생님이니까. 교회 안에서 우린 서로의 중보자이며 동역자니깐 친하게 지내자.”

이렇게 하기를 여러 번, 쉽게 마음 문을 열어주지 않던 너희들이 이젠 서로에게 문자를 주고받으며 조금은 어색함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길 할 수 있을 만큼의 우린 그런 사이가 되었는데 어찌 하여 우리 아이들은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걸까.

왜 자꾸 수학여행 가기 전 주일날 조금 혼을 낸 기억만 맴도는지. 잘 다녀오라는 말도 하지 못한 게 자꾸 맘에 걸리는 지. 너희들하고 약속한 것, 그 어느 하나도 시작하지 못했는데 영화도 보고, 선생님 집에서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자고 했건만 너희들은 없고 선생님만 남았구나.

‘주님 도와주세요. 주님밖에 도울 자가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 그 어둠 속에서 두려움과 떨고 있는 이 아이들에게 빛 되신 주님께서 기적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어른들의 잘못으로 천하보다 귀하다 하신 하나님의 자녀들이 희생당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그곳에 주님께서 아이들과 함께 계서 주시고 사고 수습하는 분들에게 지혜를 주시고 잠수부들의 시야를 밝혀주시어 그 안에서 엄마 아빠만을 부르며 애타게 구조의 손길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주님의 도우심이 임하게 하옵소서. 지금 세계의 모든 시선이 한국 땅 진도앞 바다에 있습니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당신의 자녀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주님의 일하심을 보게 하시고 주님의 지경이 넓혀지며 주님의 고난의 헛되지 않도록 역사하옵소서. 아버지!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을 지켜 주시옵소서. 더 이상 시간이 지체하지 말게 하시고 아이들 스스로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습니다. 당신을 간절히 원하는 자들에 손을 부디 놓지 말아 주시옵소서.’

사랑하는 얘들아. 조금만 기다려줘. 아니 조금만 버텨줘! 제발 부탁이다. 널 너무도 사랑하는 너희 부모님, 가족, 목사님, 선생님, 친구들이 너희들이 나오기만을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두려워하지 말고 힘들어도 조금만 버텨주려무나.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아. 너희들을 위해 기도와 걱정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라는 너무나도 원망스럽구나. 너희들에게 많은걸 바라지 않을게. 제발 살아만 있어다오. 사랑한다. 얘들아.

안산빛나교회 진주은 교사- 안산빛나교회 진주은(48·여) 교사가 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학생 3명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