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피해자 가족 청와대행, 당장 국무총리를 경질하라
입력 2014-04-20 11:23
[친절한 쿡기자 - 기자수첩] 당장 총리 경질이 필요하다
막을 일인가?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가족이 20일 오전부터 청와대로 향했다. 더딘 구조 작업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통령에게 하소연하러 가기 위해서였다. 사고 발생 5일째에 접어들어 사고 가족들의 마음은 새카맣게 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진도대교 앞에서 경찰이 막고 나섰다. 사고 가족이 있던 팽목항과 진도대교는 섬 끝에서 끝이다. 그들은 11km를 걸어서 진도대교까지 닿았다. 뭍으로 가는 유일한 다리이자, 다리 밑이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수장시킨 명량대첩의 전승지 울둘목이다.
경찰이 막아서자 피해자 부모들은 “딸 애 보겠다는 일념으로 왔어요. 빨리 애들을 꺼내 달라. 그것밖에 없어요”라고 울부짖었다. 그 사이 경찰은 시위로 간주했던지 채증까지 했다. 물론 관행적인 행위다.
“길 좀 터줘요”라고 피해자 가족 호소에도 경찰은 벽처럼 진을 쳤다.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를 놓고 박근혜 정부가 애들 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분명 그 1차적 책임은 배를 놓고 도망친 선장과 선원들에 있다. 그러나 사후 책임은 국가에 있다. 그런데 그 사후 대응이 어설퍼 피해자 가족과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다.
중앙재해대책본부(중대본)라는 곳은 ‘보고서’ 만들기 바쁘다. 어느 재난 전문가가 KBS TV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중대본 공무원들은 2~3년이면 순환 근무로 바뀐다. 그들이 무얼 알겠는가? 중대본 안에는 재난 구조 전문가 그룹의 ‘자문위원회’가 있다. 이를 가동 시켰어야 했다. 자문위원회를 제대로 활용했는지 의문이다.”
피해 가족이 대통령에게 호소하겠다며 ‘청와대행’을 택하는 정도가 됐을 땐, 이미 총체적 난국임을 직시해야 한다. 해양경찰청장 말도, 안전행정부장관 말, 총리 말도 못믿겠다는 것이다.
임진왜란이 나고서 선조 임금은 한양를 버리고 내뺐다. 한데 어가가 개성 남문에 이르렀을 때 돌발 사태가 발생했다. 백성이 어가를 막고 시위를 벌인 것이다. 존엄한 임금 행차인데 땅에 머리 박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위를 하다니….
그러나 왜군이 시시각각 뒤를 쫓는 상황이라 선조는 시위 백성을 달래야 했다. 현실적으로 시위대를 진압할 힘도 없었지만 말이다.
어가를 막은 백성들은 폭동을 일으키려는 게 아니었다.
“정철을 석방하여 등용하십시오.”
이것이 당시 여론이었다. 백성이 등을 돌린다면 권력의 운명은 뻔한 일 아닌가. 선조는 이를 받아들였다. 정철은 충신이었으나 당쟁에 귀양 중이었다.
가난(家難)에 양처(良妻)가 생각난다. 국난에 충신난다고 했다.
지금은 해양사고를 넘어섰다. 국민 마음속에 국난에 준하는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시점에서 박 대통령은 총리를 경질하고 난국을 수습할 인재를 발탁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