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갇힌 아이들만 생각하면…” 눈물바다 된 안산지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
입력 2014-04-20 10:18 수정 2014-04-20 10:32
20일 오전 4시30분. 안산지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가 드려지는 안산동산교회는 세월호 침몰사고 때문인지 여느 부활절 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성도들은 차분한 목소리로 “예수 부활하셨습니다”라고 인사했지만 분명 침울한 목소리였다.
오전 5시가 되자 예배가 시작됐다. 사회자로 나선 유재명 안산시기독교연합회 회장이 나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아픔을 겪고 있는데 안산지역이 아파하고 대한민국이 아파하고 있다”면서 “매년 드리는 부활절 예배이지만 남다른 음성을 기대하며 드려지는 예배”라고 말했다. 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안산지역 349개 교회 중 23개 교회에서 사망 1명, 실종 53명으로 집계됐다.
이어 고훈 안산제일교회 목사가 ‘십자가로 부활하라’는 설교를 했다. 고 목사는 “70여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지금처럼 목사로서 이렇게 무능하고 부끄러운 적이 없었다”면서 “지금도 300여명의 아이들이 뱃속에 갇혀있다는 사실에 어찌할 줄 모르겠다”고 통탄을 했다.
“지금 우리 안산은 눈물의 땅이요, 통곡의 땅입니다. 베들레헴이 아기 예수님 때문에 두 살 박이 어린 아기들이 다 죽임을 당했고 통곡의 땅이 됐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슬픔의 땅이 됐습니다.”
고 목사는 “부활절은 기독교 최대의 기쁨의 축제로 예수님이 부활하셨다고 외치고 다녀야 하는데 물속에 갇혀있는 아이들만 생각하면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잠도 잘 수도 없다”면서 “눈물이 앞을 가려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울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피눈물이라도 흘리겠다”며 애통한 심정을 피력했다.
고 목사는 “그러나 죽음이 어둠이라면 부활은 빛이다. 죽음이 쇳덩어리라면 부활은 용광로다. 죽음이 흙탕물이라면 부활은 바다다”면서 “부활 앞에 어둠은 삼천리 밖으로 밀려나게 돼 있기에 부활의 예수가 슬픔과 아픔을 삼켜 주실 것”이라고 선포했다.
그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기성세대와 한국교회가 회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 목사는 “선장과 기관장, 항해사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않았으며 침수되는 배가 위험함에도 자리를 지키라고만 했다. 23개나 되는 구명보트를 이용해 우리의 청소년을 대피시키지 못했다”면서 “우리 어른들이 무책임 속에 달려갈 수 있는 무한한 기회를 지닌 아이들을 가둔 것”이라며 절규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회개하면 열어주실 것”이라며 ‘생존자는 살아 돌아오게 하시고 잠자는 자는 부활로 돌아오게 하소서’라는 시를 낭독했다.
3000여명의 성도들은 설교 중간 “아버지”를 나지막하게 부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장내가 눈물바다가 된 것은 안산 빛나교회 진주은 교사가 실종 학생들을 생각하며 작성한 편지글을 낭독할 때였다. “얘들아, 너희들 지금 어디 있니? 선생님이 많이 보고 싶다. 대답 좀 해봐라. 선생님의 마음은 타들어 간다….” 참석자들은 통성으로 여객선 사고로 고통을 겪는 이웃과 나라와 민족, 안산의 복음화와 다음세대를 위해 간구했다.
예배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비통한 심정을 나타냈다. 고잔동에 거주하는 정영화(78)씨는 “바닷물 속에 갇혀 있는 그 아이들이 우리의 자식들 아니냐. 가슴 아프다. 더 이상 이야기하기 힘들다. 미안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자녀 결혼식 준비 때문에 대전에서 온 김영란(62·여)씨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못해 아이들을 희생시킨 기성세대의 잘못을 통감하며 회개했다”면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